선안영의 <두물머리의 노을>
두물머리의 노을
선안영
천지간 뎅그러니 혼자라고 생각될 때
사랑이, 또 노래가, 고향도 다 저물 때
길 끝에 물망울같이 맺혀
가만 앉아 있어봐
휘어지고 허물어져 금세 흘러가려할 때
담배 문 손등으로 눈물 쓱쓱 뭉갤 때
매어둔 커다란 슬픔
사슬 풀어 놓아줘봐
부르튼 언 두 발과 함부로 버린 맘도
강물을 턱밑까지 끌어 당겨 묻어보면
세상엔 답할 수 없는
질문이 있음을 안다
<율격 제1집 달의 남쪽을 걷다 64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