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존(蝕存) - 프롤로그 -
언제부터였을까, 잘은 모르겠지만 "옅어지고 있었다".
사람의 몸은 불투명하다고, 무슨 수를 써도 투명해질수 없어! 라는 반론을 기대해보는 문구였다.
하지만 그런 반론을 해줄 사람조차 없을것이다. "찾아보면 있지않겠어?" 라는 노력이 모자라다는 듯한 한마디는 내게 유효하지 않았다.
반론을 해줄 사람을 찾는다, 그런 성격을 그런 생활 방식을 가진사람을 찾는 사람은 매우쉬울것이다, 내가 서있는 자리에서 옆으로 한두걸음 걸으면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런 사람이 있다고해도 그 옆에는 내가 없다
내가 옅어지고 있다는것은 그런것이였다. 그래, 존재감이 점점 사라지고 있었다.
처음에는 인지하지 못했다. 처음 여자친구를 사귀어서 친구들한테 자랑했을때만해도 친구들 사이에서 나는 충분한 존재였다.
그러나 언제부터일까, 내가 바로 옆에 있어도 잘알아채지 못하거나, 얼굴을 가까이대면 "있었어?" 라는 말을 하면서 놀라는 내 친구들이 보였다.
그리고 지금은 왕따라고 해야할까, 아니 그것보다 심한 상태이다. 반의 일원 모두가 내가 있는지를 알아채는데는 꽤나 많은 시간이 걸린다.
출석체크를할때 인원수가 모자라다고 한참을 헤맨다, 내가 소리를 질러야 그제야 고개를 끄덕이며 출석이 끝난다.
참 이상한게, 매시간마다 이렇게 내 존재를 재각인 시켜도 매 시간마다 잊어버리는것이다.
무엇보다도 출석부에 내 이름 석자가 적혀있을텐데..
그리고 집안에서도 내 존재는 점점 옅어지고 있었다. 친구들이 내가 옆에있는걸 알아차리지 못했을때, 엄마는 언제나 집에서 나를 반겨주었다. 그래서 나는 내 노력이 모자란것으로 생각해, 좀더 좋은 아이가 되기위해서 노력했었다.
그런 노력이 물거품이 된건, 그리 멀지않은 과거의 일이였다. 어느 순간부터 엄마도 나를 잘 알아차리지 못하게 되었다.
그렇게 길을 터벅터벅 걷고있을때, 나를 유일하게 인지해주는 한 사람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내 여자친구였다. 다른사람이 아무도 나를 알아주지 못할때, 내 옆에서 나를 지탱해주었다.
누구보다도 예쁘고 착한 내여자친구.
그 여자친구의 목소리가 핸드폰 너머에서 들려온다. 처음으로 꺼낸 말은
" 존재감을 먹어치우는, 괴물의 이야기 알아? "
언제나 이런 고차원적이고 이상적인것을 좋아하는 아이였다.
" 그런게 있을리가 없잖아? 그래서 그래서 오늘은 어떤이야기야? "
나도 나름 이런 판타지같은 이야기에 관심이 전혀 없던것은 아니다.
" 그게 말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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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h..
본격 역/식자 & 공대생 & 야겜(?)러 손조심입니다.
..
세상에서 제일 피곤한걸 세개 병행하고 있는 기분입니다.
프롤로그는 다소 다음편을 재미없어 하실분들이 있으시니까 맛뵈기로 올려논겁니다. 다음화는 시험 기간이라,
아니 애초에 프로젝트 때문에 많이 활동하지 못하니까, 한시리즈 합동으로 올려놓겠습니다.
랄까 한시리즈라고 해봤자.. 1만 5천자 안되지만요
순수 본인 창작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