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짧은 시 모음
꽃잎 하나가 떨어지네. 어, 다시 올라가네. 나비였네! - 모리다케
마지막으로 아버지 얼굴에 앉은 파리를 쫓아 보냈네 - 이싸
이 달팽이, 뿔 하나는 길고 뿔 하나는 짧고 무슨 생각을 하는 걸까? - 부손
달팽이 얼굴을 자세히 보니 너도 부처를 닮았구나 - 이싸
허수아비 뱃속에서 귀뚜라미가 울고 있네 - 이싸
높은 스님께서 가을 들판에서 똥 누고 계신다 - 부손
이 숯도 한때는 흰 눈이 얹힌 나뭇가지였겠지 - 타다토모
인간이 있는 곳 어디에나 파리가 있고 부처가 있다 - 이싸
오늘 허수아비를 만들었다 나이가 일흔 두셋쯤 되는 - 쇼우
논 주인이 허수아비 안부를 물으러 논에 나갔다 돌아오네 - 부손
몹시 춥겠지만 불가에서 몸을 녹이지는 말게 눈부쳐여! - 소칸
반딧불을 쫓는 이들에게 반딧불이 불을 비춰 주네 - 오에마루
첫눈이여, 글자를 쓰면 사라지고 쓰면 사라지고 - 치요니
내가 경전을 읽고 있는 사이, 이 나팔꽃은 최선을 다해 피었구나 - 쿄로쿠
나비가 날아가네. 마치 이 세상에 실망한 것처럼 - 이싸
절에 가니 파리가 사람들을 따라 합장을 하네 - 바쇼
사립문에 자물쇠 대신 달팽이를 얹어 놓았다 - 이싸
내것이라고 생각하면 우산위의 눈도 가볍게 느껴지네 - 기가쿠
마음을 쉬고 보면 새들이 날아간 자국까지 보인다 - 사초
비가 내리는 날이면 허수아비도 사람처럼 보이네 - 세이비
새벽이 밝아오면 반딧불도 한낱 벌레일 뿐! - 아온
땔감으로 쓰려고 잘라다 놓은 나무에 싹이 돋았네 - 본초
늙은 개가 지렁이 울음소리를 진지하게 듣고 있네 - 이싸
쌀을 뿌려 주는 것도 죄가 되는구나 닭들이 서로 다투니 - 이싸
이 미친 세상에서 미치지 않으려다 미쳐 버렸네 - 시메이
도둑이 들창에 걸린 달은 두고 갔구나 - 료칸
너무 울어 텅 비어 버렸는가, 이 매미허물은 - 바쇼
* 하이쿠 시 모음집「한 줄도 너무 길다」류시화 엮음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