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들이 웃으면 지구가 웃는다- 유봉희
+ 발들이 웃으면 지구가 웃는다
찬바람 부니 잠자리에 든 발이 먼저 시리다
심장과 먼 발이 시리다
온종일 바닥에서 나를 세우던
그 발 시려 온몸 시리고
온몸 시려 마음 시리다
어서 양말을 신겨야지
읽지 않고 정치면을 넘겨 버려도
사회면 반, 눈감고 지나도
지구 공 위에 함께 발붙인 이들의
발 시린 소리
따듯한 심장과 멀어서
지구가 발이 시립단다
차가운 밤은 깊고 길기만 한데
어서 양말을 신겨야지
발이 따뜻해야 온몸이 웃는다
모든 발이 따뜻해야 지구가 웃는다
(유봉희·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