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철은 따로 없다 - 박노해
강철은 따로 없다
- 박노해
우리 모두는 무쇠같은 존재
무르지 않고 굽지 않는
강철은 따로 없다
온몸으로 부딪히고 담금질당하면
무쇠가 빛나는 강철이 된다
강철의 모습을 보았는가
그는 적개심으로 핏발선 투사의 얼굴이 아니다
열광으로 들떠 있는 쇳소리가 아니다
투쟁의 용광로에서 다듬어지고 무르익은
부드럽고 넉넉하게 열려진 가슴,
적과 철저하게 투쟁할수록
안으로 텅비어 맑고 웅혼한 종울림
그 누구도 거부할 수 없는 강인한 포옹이다
강철은 따로 없다
작은 싸움도 온몸의 열의로 부딪쳐가며
큰 싸움, 빛나는 길로 나아가는 사람이다
우리 모두는 무쇠같은 존재,
강철은 따로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