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강술래 - 김준태
추석날 천릿길 고향에 내려가
너무 늙어 앞도 잘 보지 못하는
할머니의 손톱과 발톱을 깎아 드린다.
어느덧 산국화 냄새 나는 팔순 할머니
팔십 평생 행여 풀여치 하나 밟을세라
안절부절 허리 굽혀 살아오신 할머니
추석날 천릿길 고향에 내려가
할머니의 손톱과 발톱을 깎아 주면서
언제나 변함 없는 대밭을 바라본다.
돌아가신 할아버님이 그렇게 소중히 가꾸신 대밭
대밭이 죽으면 집안과 나라가 망한다고
가는 해마다 거름 주고 오는 해마다 거름 주며
죽순 하나 뽑지 못하게 하시던 할아버님
할아버님의 흰 옷자락을 그리워하며
그 시절 도깨비들이 춤추던 대밭을 바라본다.
너무 늙어 앞도 잘 보지 못하는
할머니의 손톱과 발톱을 깎아 주면서
강강술래 나는 논이 되고 싶었다
강강술래 나는 밭이 되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