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군이 할배 - 목필균
비빌 언덕 없이 살아온 설움, 누가 알겠냐고
고교시절부터 용돈 벌어가며 간당간당 살던 시절
수학여행도 못 가고, 졸업식도 혼자 치르고
면회 올 사람 없었던 군 시절도
술 한 잔에, 담배 연기 속에 녹여 보내고
돈이 서러움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힘이라고
새벽부터 밤늦도록 일하며 몇 십 년 살다 보니
그닥저닥 먹고사는 일에 매이지 않을 나이가 되었다
허리 아프고, 눈 나빠지고, 혈압 높아지니
함께 늙어가는 무던한 마누라도 고맙고
큰 탈 없이 자라서 일가를 이룬 남매도 자랑스럽고
첫 손주 장군이를 안겨 준 며느리도 이쁘고
설렁설렁 붙임성 있는 사위도 듬직하다
느릿느릿 살만한 이 나이에도
400원하는 자판기 믹스커피 한 잔이 행복인데
스타** 커피가 아침밥이라는 시집 간 딸내미
궁시렁궁시렁 타박하다가도 밥 사러 스타**로 가는
장군이 할배 발걸음을 재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