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비 - 목필균
누구의 손길이 저리 냉정할까
철모르고 피어난 경찰서 울타리 장미 몇 송이도
마지막 잎까지 떨구는 은행나무도 흥건히 젖는다
사랑한다는 말 전하지 못한 청춘 시절도
그립다 말하지 못한 마음까지
아스팔트 하수구로 쓸어내리는 비에
옷깃을 여민다
둘둘 감은 주홍빛 스카프
갑갑하지만 숨을 고르며 쓴 마스크
낡아가는 몸을 다스리는 몸짓마저 느려지지만
영양제 몇 알 삼키고
기운 일으키는 링거액 맞으며
활기 찾는 맥박을 지키는 동안거의 날들
살다 보면 안다
동지를 지나 조금씩 두터워지는 햇살
가슴의 온도가 조금씩 올라가며
또 한 번의 봄이 내게 온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