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아내 - 강연옥
시인의 아내
바다를 사이에 두고
우도와 마주보고 있는
오조리 ‘바다의 집’
바다에다 시를 쓰는 글쟁이와
그 시를 주우러 바다로 나가는
시인의 아내가 살고 있다
바다 물결이 옆으로만 흐르며
섬을 성산포로 떠밀어도
오랜 세월 마주 보며 살아온
부부의 끈끈한 정 잊지 못해
발밑에 힘을 주고 서서
조난 신호 보내는 우도 등대
그날 밤 시인은
'우도등대'를 물결 위에 쓰기 시작하고
등대는 밤새 불을 밝혀주었다
아침이 되자 밤새 들렸던 소 울음소리
백사장에 하얗게 드러누웠는지 간 데 없고
아내는 무료하다며 슬그머니 바다로 나간다
물결이 흩어놓은 시어(詩語)들을
깅이 발에 주렁주렁 매달고 돌아와서는
온갖 양념 바르고 기름에 튀겨낸다
남편 찾아온 친구 앞에
갓 튀겨낸 깅이 반찬과 소주 한 병 내어놓고
멀리 앉아 바라보는 아내의 소박한 미소
바삭 바삭 씹히는 소리에
신이 나서 시를 읊는 시인의 밝은 미소
사람 사는 소리가 난다
살 맛이 난다
* ‘깅이’는 바다의 작은 게라는 제주 사투리
* ‘바다의 집’은 성산포 오조리에 있는 우도가 바라보이는 향토 식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