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덩이 - 신동엽
우리들의 이야기는
걸레
살아있는 것은
마음뿐이다.
마음은
누더기
살아있는 것은
뼈뿐이다.
오, 비본질적인 것들의
괴로움이여
뼈는
겉치레
살아 있는 것은
바람과
산뿐이다.
그렇게 많은
비단을 감았지만
너를 움직이는 건
흔들리고 있는 것은
고깃덩어리 알몸
물건 없는 산
소나무 곁을
혼자서 너는 걸어가고 있고야
오, 작별한 냄새여
살덩이가
지금 저 산을
내려가고 있고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