五月(오월)의 눈동자 - 신동엽
지금 난 너를 보고 있지 않노라.
훈풍 나부끼던 머리칼
오월의 푸라타나스 가로(街路) 저 멀리
두고 온 보리밭 어덕을 생각하고 있는 것도 아니노라.
바람이 기어드는 가슴
나뭇잎 피는 산등성에 서서
술익는 마당
두고 온 눈동자를 생각하고 있는 것도 아니노라.
남해바다 멀리
한번도 나의 울 안에
춤춰본 적 없는
푸른 빛 희열에 찬 생의 향기를
그윽한 새 잎에 받들어
나는 지금 마셔 주고 있노라,
온 마음 밭으로 깊이깊이 들여마셔 주고 있는 것이노라.
지금 난 너의 눈동자를 보고 있지 않노라.
지나온 하늘
草綠庭園(초록정원)에 딩굴던
태양의 이야기에 귀기울이고 있는 것도 아니노라.
학창시절의 호밀밭 전쟁이 뭉개고 간 꽃잎의 촉촉한 밤하늘을
회상하고 있는 것도 아니노라.
훈풍에 날리던 머리칼
山頂(산정)을 돌아 오르면
온 세계의 아름다웠던
천만가지 머언 오월의 향기를
나의 피알 속에
상기 살아있는 피 한 방울 감격 속에서
이렇게 새 잎 타고 불어오는 바람 언덕에 서서
오늘도 내일도 그제도
머리다발 날리며
마셔보고만 싶었었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