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싶은 아버지 - 변종윤
산에 길을 내면서 오래된 나무 허리춤을 잘랐다
무성한 잎에서는 푸른 피가 솟구치고
새들은 허둥대고 바람마저 현기증을 일으킬 때
산은 산이 무너지는 짧은 통곡을 하고 적막에 싸였다
수십 년 동안 오가는 하소연 다 듣고 그늘이 되어주던 나무
그 속이 검게 썩어 문드러져서 구멍이 숭숭하다
어느 한 철도 게으르지 않았고
산을 산답게 건사하던 거대한 나무의 속,
어른이 된다는 것은 울어야 하는 순간에도
웃으면서 울어야 하는 것을 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