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까마귀 - 김현승
영혼의 새.
매우 뛰어난 너와
깊이 겪어 본 너는
또 다른,
참으로 아름다운 것과
호올로 남은 것은
가까워질 수도 있는,
언어는 본래
침묵으로부터 고귀하게 탄생한,
열매는
꽃이었던,
너와 네 조상들의 빛깔을 두르고,
내가 십이월의 빈 들에 가늘게 서면,
나의 마른 나뭇가지에 앉아
굳은 책임에 뿌리박힌
나의 나뭇가지에 호올로 앉아,
저무는 하늘이라도 하늘이라도
멀뚱거리다가,
벽에 부딪쳐
아, 네 영혼의 흙벽이라도 덤북 울고 있는 소리로,
까아욱∼
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