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남 - 김현승
떠남 너의 뒷모양은 언제나 쓸쓸하더라.
너는 젊음을 미워하고 사랑을 시기한다.
너는 어머니와 아들같이 친한 사이를 간섭하기를 유달리 좋아하더라.
사람들은 너를 위하여 산을 헐어 길을 닦고
물 위에 배를 띄운다.
너는 왜 아득한 모래 위에 혼자 앉아
로렐라이의 노래만을 부르고 있느냐.
나는 너를 잘 안다.
너는 나의 검은 머리털의 힘을 빼앗고
네가 사랑하는 보석은 진주나 낙엽보다 눈물이다.
네게 만일 세월의 친절이 없었던들
이를 무엇에다 쓰겠느냐?
떠남 너는 한 번도 약속을 어기지는 않더라.
네 앞에 자연은 빛을 잃고 기적은 사라지며
원수도 뉘우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