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위사에 가려면 - 윤원영
무위사에 가려면
윤원영
둘 또는 셋이서 아무것도 챙기지 말고
적적한 산길 가듯 단순한 마음으로
어느 날 그냥 만나서
그냥그냥 가 보시게
비운 것들의 아름다움에 이마가 서늘할 쯤
흙벽에 수를 놓던 지그한 어느 화공
묵묵히 시간을 걷어
연등을 밝혀 준다네
그만한 공양이면 극락을 보았으리
돌아와 몇 이레 고즈넉이 다가오는
말로는 이를 수 없는
빈 고요 그 가운데
둘 또는 혼자서 아무것도 지니지 말고
버리지 못한 잡동사니 그대로 아곳에 두고
마음 안 소리도 다 지우고
고요만 바라보시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