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님의 성서(聖書) - 김남조
고통은
말하지 않습니다
고통 중에 성숙해지며
크낙한 사랑처럼
오직 침묵합니다
복음에도 없는
마리아의 말씀, 묵언의 문자들은
고통 중에 영혼들이 읽는
어머님의 성서입니다
긴 날의 불볕을 식히는
여름나무들이,
제 기름에 불 켜는
초밤의 밀촉이,
하늘 아래 수직으로 전신배례를 올릴 때
사람들의 고통이 흘러가서
바다를 이룰 때
고통의 짝을 찾아
서로 포옹할 때
어머님의 성서는
천지간의 유일한 유품처럼
귀하고 낭랑하게
잘 울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