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엄한 숲 - 김남조
삼천 년 된 거목들의 숲은
겨우내 끝이 안 보이는 설원雪原
나무들은
그 눈 벌에 서 있습니다
어느 겨울
그 중의 한 나무가
눈사태에 떠밀려 쓰러질 때
하느님이
품 속에 안으셨습니다
나직이 이르시되
아기야 쉬어라 쉬어라 ……
하느님께선
이 나무가 작은 씨앗이던 때를
기억하시며
거대한 뿌리에서 퍼져나간
젊은 분신들도 알으십니다.
쉬어라 쉬어라고
하느님의 사랑은 이날
자애로운 안도安堵이셨습니다
가령에
삼천 년을 노래해온 새가 있다면
쉬어라 쉬어라고 하실 겝니다
이 나무 기나긴 삼천 년을
장하게 맥박쳐 왔으니까요
레드우드 품종의
그 이름 와워나로 불리우는
이 나무는
세상에서 가장 복된 수면이요 안식이며
이후 삼천 년 동안
그는 잠자는 성자일 겝니다
장엄한 숲에서
이 겨울도
끝이 안 보이는 아득한 설원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