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에 대한 감상 - 박인걸
주인 채찍에 피멍이 들 때면
멍에 맨 목에 핏줄이 서고
쌍까풀 진 왕 눈에
뜨거운 눈물이 가득 고인다.
화전 밭 목근(木根)이
보습에 치일 때면
뻗딛은 네 다리에 힘이 풀려도
충직한 짐승은 주저앉지 않는다.
조상이 뉘 길래
어질게만 살아갈까
여물깍지에 푸대접 받아도
다문 입술에 불평이 없다.
어린애가 잡은 고삐에
땅 끝이라도 따라가 주고
도살장으로 끌어도
도망치지 않는 너는 누구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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