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하면 무서운 이야기
1
나츠미의 안색이 좋지 않길래 " 괜찮아? " 라고 물어봤다.
나츠미는 원망하는 듯이 나를 보며 " 오늘도 생리해 " 라고 대답했다.
" 한 달 째 계속 하고 있어 " 라며 그녀는 한숨을 쉬었다.
" 뭐야 그거, 위험하지않아? "
진지하게 묻는 내게
" 안 하는게 더 위험하다구 "
라며 쓴 웃음을 짓는 그녀.
중학교 2학년 가을에 있었던 일이다.
2
내가 건설현장 인부로 일하던 시절, 동호대교 보수공사 현장에 있을 때 였다.
나는 시멘트를 물에 개기 위해 시멘트 봉투를 열었는데, 그 안에서 편지 하나가 툭 떨어졌다.
'이 시멘트에는 내가 사랑하는 그이가 들어 있습니다.
공장에서 오랫동안 제가 짝사랑만 해오던 그이는 사고로 분쇄기 안에 떨어져,
석회석과 함께 빨려들어가 버렸습니다. 괜찮으시다면,
이 시멘트를 사용한 장소를 저에게 편지로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벽이나 다리가 된 그이를 만나러 갈테니까.'
3
4살배기 아이의 일기
3월 3일 월요일
우리집 아버지는 회사원.
언제나 화만 낸다. 나를 좋아하지 않는 걸까…?
3월 4일 화요일
우리집 아버지는 요리사.
아버지가 만들어 준 요리, 무척 맛있었다!
3월 5일 수요일
우리집 아버지는 목수.
우리집을 깨끗하게 수리 해 주었다.
3월 6일 목요일
우리집 아버지는 경찰관.
나랑 무지 사이좋게 놀아줬다!
3월 7일 금요일
우리집 아버지는 변호사.
엄마와 친한 사이. 쭉 둘이서 수다 떨었어.
3월 8일 토요일
우리집 아버지는 의사.
같이 그림 그리며 잘 놀아 줬다.
3월 9일 일요일
오늘은 아무도 오지 않았다.
엄마는 나와 둘이서 쭉 이야기를 나눴다.
응? 어째서 월요일에 온 아버지에 대해 계속 묻는 거야?
화요일에 어떤 요리를 먹었는지 왜 물어봐?
어째서 그렇게 수리한 장소를 신경 쓰는 거야?
목요일에 온 아버지와 나눈 이야기라니, 기억이 안 나.
오늘은 재미가 없었다.
4
그녀와 사귀는건 RPG 게임을 하는 느낌이었어.
매번 퀘스트를 깨야 하는 게임처럼 미션이 있었지.
그녀를 업고 남산에 계단을 올라가고, 인형사격으로 인형을 따주고,
어쩔땐 같이 헌혈도 해야하고, 때로는 고등학생때 손놓은 수학문제도 풀어야 했어.
그런 것들을 할때마다 그녀는 내게 키스, 포옹 등을 해주었어.
처음엔 그런 것을 하는 것이 웃겼지만 뭔가 답례가 있었기에 나중에는 나름 재미있었어.
그리고 100일째 되던 날.
그녀는 자신의 자취방으로 나를 초대했어.
"자기야. 오늘은. 내가 마지막 미션을 내줄거야."
"응? 마지막 미션?"
그녀는 배시시 웃음만 지었어. 드디어 오늘. 그녀를 가질 수 있는 것일까.
"자, 이거. 이거를 그대로 쭈욱 한번에 마시면 돼."
그녀가 내준 것은 투명한 액체가 가득 담겨져있는 맥주잔 크기정도의 컵.
갖다댄 것도 아닌데 엄청난 알콜 냄새가 코를 찔렀어.
"이제까진 담배나 술을 근처에도 얼씬 못하게 했잖아?"
"지금은 그때와 다르니까."
웃는 그녀를 보며 단숨에 컵을 들이킨 나.
하지만 너무나도 쓴 맛에 중간정도 마셨을 때 그만 내뱉고 말았어.
이건 거의 에탄올에 가까운 굉장히 독한 술이었거든.
"쿠...쿨럭..."
반이나 넘게 마셔버린 독한 술에 정신이 아찔해져왔어.
"..못 마셨네. 약속은 기억하지? 내가 내주는 미션을 못 따르면 헤어지는 걸로..."
"쿨럭...응? 안돼! 아...아직이야. 나 마실 수 있어. 마실 수 있다고!!!"
"미안해. 넌 너무 착하고 좋은 남자야. 그러니...그만 헤어져 제발...흐흑..."
그녀는 갑자기 흐느꼈고 갑자기 눈물을 흘렸어.
"그만 빨리가. 빨리 내 자취방에서 나가줘. 제발 부탁이야. 꼴도 보기 싫으니까 빨리!"
"아니 아무리 그래도 왜...왜 그러는거야...도대체 왜...?"
"빨리 나가라고!"
큰소리로 울부짖는 그녀.
뭐가 그리도 급한거니.
뭐가 그리도 너를 이렇게 안달나게 만든거니.
내가 너무 잘해줬던 거니. 동생 놈과는 달리?
"근데 왜 오렌지주스가 아니야?"
"?!"
동생이 먹었던 오렌지주스는 맛있었을까?
독한 술 때문에 간이 나빠질 것만 같다..
5
"줄이 기네."
여자친구랑 놀러간 놀이공원엔 굉장히 사람이 많았다.
특히나 우리가 줄을 기다리고 있는 새로 생긴 놀이기구엔 더욱 사람이 많았다.
끝이 안보일 정도로 줄이 있었고, 내 앞에는 대략 100여명이 넘는 사람들이 있었다.
"미안. 괜히 이거 타자고 해서. 이렇게라면 2시간 정도 기다려야 할 것 같은데..."
"괜찮아. 너 꼭 타고 싶다며. 그럼 됐지."
난 여친을 다독거려주며 괜찮다고 말해주었다.
그나저나 앞에 사람들은 어디 대학교에서 나온 사람들인가?
아무래도 모양새나 태도같은게 서로 알고는 있지만 뻘쭘한 사이의 대학 사람들로 보였다.
왁자지껄 떠들고 있는 앞의 무리들을 보며 한숨을 내쉬고 있는데,
갑자기 놀이기구 담당자가 마이크를 들고 나오더니 말했다.
"여러분. 이번에 새로 생긴 쌍쌍열차에 많은 관심을 보여주셔서 감사합니다.
근데 주의사항이 좀 있어서 말씀을 드리고자 해요.
본 쌍쌍열차는 본의 아니게 2명씩 짝을 지어야 합니다.
열차 특성상 짝을 지어 해야하는 미션같은게 있거든요. 부디 짝을 지어서 서주시고요,
그리고 죄송하지만 크기상 남자는 키가 180cm이상, 여자는 165cm 이상이어야 해요.
죄송합니다, 여러분. 더욱 나은 서비스의 쌍쌍열차가 되도록 하겠습니다."
담당자는 마이크를 놓고 인사를 하고는 놀이기구 조종실 안으로 들어갔다.
...
......
..........
난 여친과 바로 쌍쌍열차를 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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