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렬
항상 잠이 깊게 들지 않는 체질이라 사소한 반응에도 잠에서 깨곤 하는데, 그날은 왠지 발밑에서 이불이 스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마치 어머니께서 앉으셔서 구겨진 이불을 퍼주시는 느낌이랄까요?
이윽고 사락… 사락… 하고 이불이 스치는 소리가 계속 들리더니 이번에는 뭔가 제목을 스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느낌이 마치 사람 손 같았는데 발목을 더듬으며 뭔가 찾는구나 싶더니, 빠르게 몸을 훑고 올라와 제 목을 누르기 시작했습니다. 순간 이게 가위라는 생각이 들었고 몸이 허공으로 붕 떠오르는 기분이 들다가 깊은 곳으로 빨려들 듯 떨어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러고는 몸이 움직이질 않고 순간 머릿속에서 방울소리가 들리며 뭔가 제 몸 위로 지나가기 시작했습니다.
그건 마치 허공에 떠서 흘러가는 강처럼 제 몸에서 약 1m 정도 안 되는 높이에서 느껴지는 흐름이었습니다. 방울 소리는 점점 커져서 마치 제 심장소리인 것 같은 착각이 들며 몸속을 울렸고, 벽과 제 머리에서 발끝을 지나 벽으로 지나가는 그 흐름은 장례행렬 아니면 결혼행렬 같았습니다.
앞에선 몇 사람이 이끌고 가운데선 상여인지 가마인지 모를 것들을 들고 가고… 그 뒤로는 수많은 행렬이 있었는데, 저는 본능적으로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들키면 휩쓸린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가위에 눌려서 미동도 할 수 없었고 행렬이 사라진 후에야 몸에 감각이 돌아오며 일어날 수 있습니다.
일어나자 온 몸에서 저릿저릿한 느낌이 들었는데, 만약 제 목을 조른 느낌이 귀신이었다면 그 귀신은 저를 지켜주려고 한 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