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픽] 그 날, 엘프 소녀
"이쯤 어디일텐데."
숲의 향긋함과 요정의 고귀함이 감도는 엘프 소녀.
정성껏 차려 입은 원피스로 레피야는 걸음을 재촉했다.
하나의 사건이 끝을 맺었다.
그 사건의 끝에서 많은 변화가 있었고, 가장 큰 변화는.
바로 그 소년이다.
벨 크라넬.
리틀 루키, 아니 이제는 레빗 풋.
오라리오를 휩쓴 혼돈의 소용돌이에서 소년은 남자로,
미숙하던 모험자에서 성숙한 모험자로 거듭났다.
레피야도 보고 인정해버렸다.
그 하얀 정열을.
그 거친 투쟁을.
그만 가슴이 울컥해서, 그만 응원하고 말았다.
괴물과 영웅의 싸움은 오라리오를 변화시켰다.
용자(브레이버)는 진정한 용자의 길을 찾는다.
구마희(나인 헬)도 동료의 변화에 작은 질투를 보였다.
누군가는, 그리고 누군가는, 또 누군가는.
그리고 레피야도 변해버렸다.
무심결에 토끼를 생각하고 있다.
어느샌가 토끼를 눈에 되새겼다.
"이, 이건 순전히 보상의 의미라고요."
멋대로 찾아가려한 행동의 보상. 딱 그 정도였다.
그 보상을 위해 무려 이틀을 소요했지만.
아직 이 엘프 소녀는 자신의 감정을 깨닫지 못했다.
파밀리아 홈에서 한참 떨어진 이곳. 높게 세워진 벽.
이곳에서 그는 훈련한다 들었다.
조심스레 발소리를 죽였다.
누군가 있다.
누군가 칼을 휘두르는 소리가 들렸다.
숲을 떠도는 요정처럼 눈만 내민 레피야는 발견했다.
간단한 옷차림으로 자세를 잡는 벨.
현란하고, 섬세했다.
자신이 알던 어리숙한 모험가가 아니다.
한커풀, 아니 몇커풀을 더 벗어던진 모험가가 되었다.
무심코 감탄의 소리를 내버릴 정도의 광경, 에 놀랐다.
"아니아니, 멋대로 강한 모습 보여주지 말라고요!"
그때도 그렇고, 이때도 강한 모습에 멋진 모습 보여주기는.
"레피야 씨?"
"에, 에에에엣, 아니, 읏."
안타깝게도 들켜버린 엘프 소녀(웃음).
어느 틈에 벨이 코앞까지 다가왔다.
그리고 레피야는 멍하니 그의 몸을 살폈다.
팔을 훤히 드러낸 옷이라서 보이는 게 많았다.
자신처럼 얇던 팔은 어느샌가 근육이 붙어서, 듬직해졌다.
너무 보기 싫은 것도 아니고, 적당히 보기 좋다.
체격도 확실히 좋아졌다.
그리고 얼굴선도 조금 어른스러워진 기분.
이미 소년은 소년의 껍질을 벗고, 남자가 되었다.
"괜찮은, 건가요?"
"아니, 그게."
뭐야, 뭔데, 뭔가요.
레피야는 스스로에게 물었다.
이 따듯함은?
이 뜨거움은?
이 떨림은?
괴물과 영웅의 싸움이 오라리오를 변화시켰다.
레피야도 변했다.
그저 동료만 생각하던 어린 엘프 소녀는.
자신조차 모를 정열에 눈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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