던만추X무협 팬픽 막 쓴거
섬짓하다.
단순하고 과열된 머리에 스친 단 하나의 직감.
바람을 닮았다 함은 바로 이런 것이리라.
막았다 한들 막은 것이 아니다.
흘렸다 한들 흘린 것이 아니다.
한줄기 바람을 흝어보아도.
몸을 스치는 것은 수천 갈래의 칼바람들.
그의 검은 그러했다.
흉신악살과 같은 기세에.
신기묘묘한 묘리가 얽혀 사방에서 덤벼들었다.
키익!
사방에서 흩어져 덤벼오던 바람은 작은 틈마저도
흝어 베어왔다.
“크윽!”
“하!”
카앙!
견제하고자 휘두른 강세를 그대로 받아,
검사는 멀찍이 뛰어 물러났다.
어깨깨를 타고 흐른 선혈이 끈적인다.
그 모습을 멀찍이서 바라보며
그는 사방을 끌어안 듯 팔을 벌리며 읆어갔다.
그러나 그 눈은.
쓸쓸히 홀로 남은 타오르는 붉은 외안은
증오스럽다는 듯 자신에게서 떨어지지 않았다.
“아무리 시체를 쌓고, 피를 흘린다 한들”
유쾌하게.
오만하게.
그는 선고한다.
“진정 경지를 이룸이란, 살육이 아닌 파경.
자신을 부숨에 있다”
시원하게.
그리고 점짓 우습다는 듯.
말을 이어간다.
“자의인지 타의인지 의심암귀에 싸여 휘두르는 흉기가“
찰캉.
맑게, 쇠가 울렸다.
바로.
눈 앞에서.
‘어느새!’
키아아아아아아아아-!
섬뢰와 같이 휘둘러진 유엽도와
바위와 같이 버티고선 대검이 비명을 질러댔다.
“어찌 벽을 부수겠는가!!”
붉은 눈.
하나 뿐인 붉은 눈이 자신을 노려보았다.
유쾌하다는 듯이.
증오스럽다는 듯이.
“하하하하하하하하!!”
광소만이 그가 있던 자리에 남아 울렸다.
!!!
온 몸이 비명을 질렀다.
지금까지 쌓아온 경험이, 본능이, 실력이.
오직 하나, 다가올 한번의 검격을 막고자 타오른다.
어디지.
어디냐
어디냐!!
“느려”
자신의 대검.
평생을 의지해온 친우의 그림자.
그 아래에서, 붉은 외안의 용이 달려들었다.
“풍뇌검, 묵룡아”
소리도 없었다.
기세도 없었다.
그저 조용해진 사위에 울린 것은
나지막히 읆어진 작은 주문.
스킬?
마법?
매직 아이템?
아니, 그런 것이 아니였다.
그저 작게 내달린, 자신을 죽이는 이 검격의 이름.
오직 그뿐이였다.
-웅.
그저 약간, 서늘했을 감각이.
서서히 커져가며 비명을 뿌렸다.
용의 어금니가 목덜미를 베어물어내 파고들어간다.
그것을 알아차렸을 때가 돼서야
온 몸에 살이 갈려가는 소리가 울렸다.
언제나 손 끝에 어림풋이 울리던 죽음의 감각.
그 감각이 자신의 몸에 울려퍼졌다.
푸가가가가가가각!!
살을 뜯고, 뼈를 끊어갔다.
가차없이 막힘없이 그대로 베어간다면.
이 허무하디 허무한 허명도,
가볍디 가벼운 위명도,
모든 것도 끊어내리라.
차라리, 그게 좋겠다.
그리되면 될터이다.
그런 허망함의 와중에,
단 한 가지 그를 붙잡는 미련이 있다면......
‘조금만, 돌아봐주겠니?“
이젠 흐릿해진, 첫 기적의 속삭임이라.
“크아아아아아아아!!!”
크게 휘둘러지는 대검.
이미 그건 검격이라 할 수 있는 것도 아니였다.
그저 단순한 휘두르기.
반쯤 베어진 몸,
솟구치는 선혈.
끊어져가는 뼈와 근육들.
이 모든 것이 그의 죽음을 가르키고 있었다.
그러나 휘둘러진 그의 검은.
이미 반쯤 걸쳐진 안식의 기회를
걷어찬 자의 포효였으리라.
비어있던 검사의 어깨로, 대검이 들이닥쳤다.
투쾅!!
“크헉!!”
전혀 예상못할, 기적이라 불릴 투박한 일격.
그 일격은, 분명히 바람을 흩어, 베었다.
“크으으으....”
경애하는 여신의 곁에 돌아가기 위해서라도.
아니, 그 분을 울게 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그는 쓰러질 수 없었다.
그것이.
오탈.
맹자라 불린 사내의 비원이다.
“크흐흐흐흐..... 아무리 썩은 시궁창이라도.....
용은 용이다.... 이 말이지....“
벽을 부수고 박혀들어간 백발의 검사.
분명 타격이 크게 들어갔지만, 그 기세는
마를 줄 모르고 흉흉이 타올랐다.
“워어어어어어!!”
“그래!!! 이제야 좀 할만 하구만!!!”
마음에 든다는 듯 흉소를 일그러뜨린다.
우수의 마도에 검붉은 기세가 흉악하게 타올랐다.
좌수의 귀검이 타오르듯 흔들렸다.
흉흉히 빛나는 붉은 외안이 노리는 것은
최강의 모험가.
마도가 하늘을 태울 듯 곧게 펴지고,
단검이 독수리의 발톰처럼 사냥감을 가르켰다.
“나는 너희를 부정한다!!!
인도를 버리고!!
그릇된 신들에 의지하는!!!
네놈들을 난 인정하지 못한다!!“
인간에게 버림받고,
신에게 조롱당한 검은 수호신은
하얀 검사의 입을 빌어 포효했다.
“우아아아아아아아!!!”
여신을 경애하는 정점의 모험가는.
다시없을 거대한 모험에 기꺼히
자신의 모든 것을 던진다.
신의 인도를 버리고, 인간을 버린
검은 용의 탈을 쓴 검사.
신의 인도에 경애를 바쳐
인간을 넘어선 정점의 주인.
누구도 그릇되지 않고
누구도 정명하지 못한
두 사내는,
이윽고,
하나만을 남기고, 바닥에 몸을 뉘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