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덤 보면서 알게 된 전쟁의 공포(3가지)
킹덤 보면서 전쟁은 지옥이고 그것의 공포는 환기의 폭주로 가장 깊게 와닿는데, 꼭 환기의 학살이 아니더라도 전쟁의 공포는 다른 상황으로도 모습이 많다는 걸 알았음.
앞으로 어떤 게 더 나올지 모르겠지만 일단 3가지가..
1. 포로 학살(호첩군 10만 참수)
▶호첩이 죽고 생포한 조군 포로가 10만.
▶거리낌 없이 죽일 수 있는 타이밍이 되자 포로들을 모조리 참수하고 머리는 모아서 불태워버리는 만행을 저지름.
▶아군이 아니라면 모조리 쳐죽여야 한다는 애섬의 평가는 너무도 정확함.
▶남은 결과는 해골의 대지.
포로를 학살하는 건 군율로 금지하고 있는데 환기는 그걸 간단히 씹고 뇌토에게 보내는 공물로 10만이나 되는 포로를 모조리 참수.
흑양전 때 환기가 기혜를 협박하기 위해 민간인들을 학살해서 만든 시체 오브제 때만큼의 공포를 느꼈고 왜 한단에서 유족들이 장평 45만 대학살을 떠올리고 광분할 정도인지 알았음.
2. 적국과의 동맹(진-위 3년 동맹)
▶몽무(무력 100 + 창평군의 신뢰 버프), 등(최상급 밸런스), 오봉명(군략), 란미박(광전사 모드), 녹오미(무력 + 개그).
▶나라간에 맺은 동맹이 아니라면 이런 조합은 상상조차 할 수 없음.
당장 각자 서로 얻을 수 있는 최대의 이득이 있다면 어제까지 죽고 죽이는 싸움을 벌이던 원수지간인 나라들끼리 동맹을 맺을 수 있음.
진나라와 위나라의 3년 동맹?
▶진나라는 3년 동안 위나라의 위협을 차단하고 조나라와의 전쟁에 집중해서 한단을 함락하는 것이 이득.
▶위나라는 진나라와의 동맹으로 중화 최대의 요충지로 손꼽히는 초나라 십호성을 얻는 게 이득.
▶사감 평원 전투, 산양 공략전, 합종군 전투, 저옹 전투로 겹친 악연.
▶동맹을 맺었다고 해도 오랫동안 쌓인 적의 때문에 얼어붙다 못해 서로 창끝을 겨눌 정도.
▶녹오미가 일갈하고 나서야 정신차리고 동맹이라는 걸 깨닫는 진과 위의 보병들. 눈앞의 적을 그제서야 새로 인식할 정도임.
▶653화 마지막 장면. 동맹이라는 게 전국시대에서 가장 공포스러운 수단이라는 걸 다시금 실감.
(녹오미의 개그 덕분에 공포가 어느 정도 가실 정도였음)
▶동맹을 맺은 상황이 아니면 위군 전령이 녹오미에게 다가가는 건 꿈도 꿀 수 없음. 바로 목이 달아나거나 정보를 캐낼 목적으로 생포당했을 것임.
바로 얼마 전까지만 해도 피 터지는 전쟁으로 영토를 빼앗고 빼앗기고 지내다가 공동의 이익이 생기니 동맹을 맺는데, 멀리 뒤에 있는 높으신 분들이 가늠한 이해득실에 따라 그 과정에서 죽어야 하는 건 원한을 접고 싸워야 하는 병사들임.
모르긴 몰라도 저 진나라, 위나라 보병들 중에선 서로의 가족이나 친지를 죽인 자들이 몇 천 트럭은 넘을 것임. 서로 대적하던 나라의 깃발들이 같은 방향으로 해서 초나라 보병들을 치고 있는 장면에서 공포를 느꼈음.
3. 아무것도 모른 채 장기판의 말로 이용당하기(업 공략전)
▶업 공략전 쐐기를 박는데 있어 왕전의 최종 목적 - 제나라 수군을 통해 군량을 확보하는 것.
▶그러기 위해선 황하 상류에 주둔하고 있던 조나라 수군을 하류로 유인해야 함. 이 작전은 왕전이 창평군 한 사람에게만 전달할 정도로 엄청난 보안이 요구됐는데, 문제는 그 작전을 성공시키기는 과정이 섬뜩했음.
▶황하 하류에서 상류 방향으로 출진. 청충이 이끄는 진나라 수군은 상류에서 조나라 수군에게 공격받음.
▶진나라 수군을 보낸 결과 - 궤멸에 가까운 피해를 입고 배에 실려있던 군량들은 모조리 황하 물 속으로 버려져 물고기 밥이 됨.
▶아무것도 모르고 깨지면서 청충은 그냥 조나라 수군의 압도적인 힘을 띄워주기 위한 신세로도 전락함.
▶창평군의 최측근인 개억조차도 왕전의 <최종 목적>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고 작전에 투입됨. 군량 수송작전이 완전실패로 끝나서 업을 함락한 아군이 굶주림으로 궤멸당할 거라고 생각하고 패닉할 정도.
예전에는 조나라 왕도권 남부 영토를 모조리 정복했는데도 대장군의 반열에 오르지 못해서 왕전이 업 공략전 최대의 피해자라고 생각했었음. 다시 에피소드를 정주행해보고 나니 업 공략전 최대의 피해자는 아무것도 모른 채 <장기판의 말>로 이용당한 청충이었음.
살았을지 죽었을지?
<이기는 싸움>을 하기 위해 왕전은 얼마가 됐든 희생을 감수해서라도 아군을 미끼로 이용해 목적을 달성함. 산양 공략전 때 염파 사천왕 강연을 잡기 위해 벽을 5천인장으로 임명해 미끼로 이용할 정도였으니 이런 수단은 앞으로도 얼마든지 군략에 포함할 수 있음.
학살을 저지르지 않고 자신의 <장기판의 말>로 이용하기 위해 군세에 흡수하는 점을 제외한다면 왕전도 환기와 별반 차이가 없는 인간 같다고 느낄 정도였음.
요즘 현실 반영하면?
이 코로나 시국도 지옥 같은데 저 멀리 외국에서 한 사람의 미친 허욕으로 시작된 전쟁.
침략한 쪽이든, 나라를 지키기 위해 처절하게 맞서는 쪽이든..
내가 지금 호텔에서 일하면서 업무환경이 아무리 개같고, 죽이고 싶을 정도로 살의를 느끼고 증오하는 인간들이 있어도 그것들과 별개로 살아가면서 느끼고 있는 개인의 자유에 대해 감사히 여길 정도임.
전쟁중에 사상자가 계속 발생하는 상황이야말로 지옥인데 현실에서 자유를 빼앗기고 <장기판의 말>로 이용당하다 죽고, 앞으로 죽어야 하는 사람들을 생각하니 바닥이 보이지 않는 공포를 느낄 수밖에 없음.
앞으로 이어지는 연재를 보면서 어떤 종류의 전쟁의 공포를 새롭게 느끼게 될지 아직은 모름. 어쩌면 초나라 멸망전 때 이신이 항연에게 패전해 지옥의 고통을 맛보는 그날까지?
그저 저 멀리 외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이 어떻게든 끝났으면 하는 바람이 있을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