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n't Fear Your Own World - 번역(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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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
수백년 전 정령정 공관 지구
“어째서 그 남자가 사형당하지 않는 겁니까!”
그것은. 목숨을 건 외침이었다.
“46실을 알현하게 해주십시오! 부디!”
강건한 호위병들이 들고 있는 강철제의 몽둥이에 가로막히면서 한 명의 청년이 연신 소리를 내지른다.
청년의 눈에 눈동자의 색은 없으며, 사소한 몸짓으로부터 맹인이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맹인 청년은 소리나 기척만으로 주변의 상황을 파악할 수 있는 듯하며, 눈 앞에 서 있는 호위병들의 흉맹한 분위기도 감지하고 있을 것이다.
문지기들은 귀족의 일가이기 때문인지, 루콘가에게서 왔다고 생각되는 청년을 보는 눈에는 명확한 모멸의 색이 떠올라 있었다.
그러나 청년은 주눅드는 기색 없이 문 안쪽을 향해 손을 뻗는다.
청년이 입에서 내뱉는 것은, 단죄를 요구하는 외침. 정의의 집행을 요구하는 순수한 탄원이다.
그러나 문지기들은 그것에 귀 기울이는 일 없이, 맹인 청년을 향해 몽둥이를 휘두를 뿐이다.
천이 스치는 소리. 공기의 흐트러짐. 발걸음의 흐름.
맹인 청년은 그 모든 것을 감지하여, 문지기들이 자신을 향해 용서 없는 일격을 가하리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그는 피하려고 하지 않는다.
그 얼굴에 띤 것은 절망인가, 아니면 슬픔인가.
그저, 거기서 겁을 먹고 물러서려는 기색은 티끌만큼도 찾아볼 수 없었다.
청년은 이곳에 온 시점에서 이미 자신의 몸과 생명을 걸 각오를 한 것이다.
문지기들은 그걸 깨닫지도 못하고, 맹인이기에 피할 수 있을 턱이 없으리라 생각하여 저항하지도 않는 상대에게 주저없이 무기를 내리친다.
하지만――격한 충격음이 울려퍼지고 문지기들은 일격에 튕겨나간다.
“!”
문지기들의 눈에 비친 것은 칼집에 담겨 있는 참백도.
그리고 그것을 손에 쥐고 있는 자를 본 순간, 문지기들은 얼굴을 굳힌다.
“살벌한 짓은 그만두길 바란다만. 아직 카쿄 씨의 상중(喪中)이야.”
“다, 당신은…….”
“그를 설득하는 건 내가 맡을게. 자네들은 경비 일에 집중하도록 해.”
“아, 알겠습니다!”
맹인 청년은 처음에는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의 의식은 자신을 구해준 듯한 사람 입에서 나온 이름에 사로잡힌다.
카쿄.
자신이 이곳에 목숨 걸고 찾아온 이유.
어린 시절부터 루콘가에서 함께 지내온 무엇보다 소중한 친구의 이름이다.
그 이름을 입에 담은 남자는 맹인 청년에게 친절한 목소리로 말을 건다.
“자네에 대해서는 알고 있어. 분명 카쿄의 장례식에 와 있었지?”
“……그 사람을……알고 있나요.”
“동료 같은 관계지. 나도 사신이거든. ……다만 나는 그녀를 지키지 못한 시점에서 사신으로서 실격일지도 모르겠지만.”
침통한 표정으로 말한 남자는 곧바로 맹인 청년을 향해 손을 뻗어주었다.
“장소를 옮기자. 저 완강한 문지기들을 상대해서 좋을 건 아무것도 없단 걸 알았잖아?”
“그렇구나, 자네가 토센 카나메 군인가. 대사 안에서도 그녀는 가끔 너의 이름을 언급하곤 했었어. 그러니까 자네는 특별히 부대 장례의 의인이라 불린 거겠지.”
맹인 청년――토센 카나메는 루콘가의 주민이며, 사신조차 아닌 그는 본래대로라면 정령정에 자유롭게 출입할 수 없다.
그런 그가 정령정 안으로 들어올 수 있었던 건 특별한 처우 덕분이었다.
“카쿄 씨는 사신으로서 입대했을 때 사전에 유언장을 남겼어. 호로와의 싸움으로 언제 죽을지 모르니까. 오히려 그건 진앙영술원에서도 추천되는 관례지.”
카쿄의 지인이라는 사신의 말에 따르면 유언장 안에는 <자신이 죽으면 시체는 루콘가에 묻어줬으면 한다>라는 글이 적혀 있다고 한다.
“별이 보이는 언덕의 기슭에 묻히길 원한다고 하더군. 장소는 토센 카나메라는 친구가 알고 있다고 들었네.”
“……예, 왜 그 언덕인지는 짐작이 갑니다.”
토센의 뇌리에 되살아나는 것은 일찍이 언덕 위에 있는 마을 변두리에서 친구와 함께 밤하늘을 올려다본 기억.
――<나는 밤하늘이 좋아, 카나메.>
――<왜냐면 밤하늘은 이 세상과 닮았는걸.>
――<모든 것이 어둠에 둘어싸여 있고, 작은 빛이 많이 반짝이고.>
――<하지만, 그 빛을 뒤덮어서 감추려고 하는 구름이 있지.>
――<나는 있잖아, 카나메. 그 구름을 몰아내는 사람이 되고 싶어.>
――<빛이 하나라도 사라지지 않도록. 나는 구름을 몰아내고 싶어, 카나메.>
별을 올려다보며 말했던 그녀는 이윽고 꿈을 이뤘다.
세계의 빛을 지키기 위한 힘과 입지를 손에 넣었던 것이다.
사신.
소울 소사이어티의 모든 기반이자, 현세에 사는 자들을 이 세계로 이끌어 순환시키는 담당자.
악한 영혼인 호로를 몰아내어 사람들의 희망이 된다.
그녀는 그야말로 별을 지킬 권리를 부여받은 것이다.
그러나 꿈을 이룬 그녀는 그 다음으로 발을 내딛을 수 없었다.
“……그녀의 남편이 죽였다고 들었습니다.”
“그래, 맞아. 그녀의 남편은 같은 부대의 동료를 사소한 말다툼으로 인해 베어 죽이고, 그것을 나무라려고 했던 자신의 아내도 죽였지. 그게 사실이야.”
“……어째서 그녀가……그 사람이 죽어야만 했나요?”
분함에 겨워 주먹을 움켜쥔 토센에게 사신인 남자가 대답했다.
“이건 내 추측이지만, 그녀가 누구보다도 올곧은 사람이어서…… 정의와 평화를 줄곧 마음에 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
그건 토센도 이해하고 있다.
친우인 카쿄는 누구보다도 평화를 사랑하고 있었다. 누구보다도 정의를 중시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오히려 자신의 손을 호로의 피로 물들일 각오를 한 것이다.
“나도 언젠가 이렇게 되진 않을지 그녀를 평소부터 염려하고 있었어. 그녀는 정의를 관철하기에는 평화를 지나치게 사랑해. 만약 사랑도 평온도 부정하고 그저 가혹한 정의만으로 살아가고 있었다면, 그녀는 오히려 남편을 베었을 거야. 하지만 그녀는 그렇게 하지 못했지.”
“그녀의 바람이 잘못되었다는 건가요!? 그녀를 죽인 남자에게는 커다한 죄도 묵인된다고 들었습니다!”
“그래서 자네는 46실에 알현을 청원한 거지?”
사신은 작게 한숨을 내쉬고서, 머뭇거리듯이 말을 계속했다.
“……5대 귀족이란 걸 알고 있나.”
“구체적인 가명은 모릅니다만, 분명히…… 정령정의 귀족 안에서도 최고위의 가문이라고……”
“카쿄 씨를 벤 남자는 그 5대 귀족의 혈통이야.”
“!”
사신과 결혼했다는 건 들었지만 5대 귀족 정도의 명가라는 건 듣지 못했다.
곤혹스러워하는 토센에게 사신은 계속 말을 이어갔다.
“본가 쪽이 아니라 분가의 자손이니까. 그 남자에게는 별 막강한 권력은 없지만, 아무리 그런 입장이라도 귀족이라는 건 살인죄를 경감시키는 것이 가능해. 만약 본가쪽 인간이었다면 살인 자체를 없었던 것으로 할 수도 있었겠지만, 그 남자의 경우 카쿄 씨에게 반역죄를 뒤집어씌워서 처형시켰다는 형태로 수습했던 거겠지.”
“그럴 수가! 그런…… 말도 안 되는 일이……!”
토센은 무심코 언성을 높인다.
친우를 죽인 남자의 행위가 큰 죄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들은 순간부터, 마음 속으로 그럴 가능성이 있으리라는 것도 생각하고 있었다.
허나 그녀 자신이 <정의를 위한 힘>이라고 판단한 조직 안에서 그 따위의 일이 일어났다고는 믿고 싶지 않았다.
그렇기에――그것을 부정하고 싶었기에 비로소, 그는 목숨을 걸고 중앙 46실과 직접 담판을 짓기 위해 이곳까지 온 것이다.
“사신이라는 건, 호정 13대라는 건 소울 소사이어티와 현세의 평온을 지키는 집단이 아니었나요! 46실이란 세계의 섭리를 실현하는 분들이 아니었나요!”
“평온을 지킨 거야. 귀족계도 세계의 일부니까. 그들의 평온을 지킨 거야. 그리고 지금의 46실은 실로 그런 부조리한 세계의 상징인 거지.”
“……윽!”
단언하는 사신 앞에서 토센은 망연자실하게 일어서 있었다.
그런 그에게 사신은 분한 듯이 얼굴을 찌푸리면서 입을 열었다.
“자네의 기분은 쓰라릴 정도로 이해가 돼. 나도 그녀를 죽인 남자가 별달리 죄를 문책당하지 않다니,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하다는 마음이 드는걸. 하지만, 그것이 소울 소사이어티다. 46실은 5대 귀족이…… 특히 힘을 가진 츠나야시로 가가 말하는 대로 움직일 뿐이야.”
침통한 표정으로 이야기하며, 남자는 토센과 마찬가지로 주먹을 움켜쥔 후――
주위에 사람이 없는 것을 확인한 다음 조용한 목소리로 질문을 건넨다.
“헌데 그 모든 것을 감안하고서라도, 나는 굳이 그녀의 친구인 자네에게 묻고 싶어.”
“………?”
끝없는 노여움에 마음을 거의 좀먹히고 있던 토센이었으나, 남자의 진지한 목소리에 압도되듯이, 무심코 열린 입을 닫으면서 남자의 말을 경청하려고 했다.
“만약 복수하기에 충분한 힘을 나나 자네가 갖게 된다면, 우리들은 그것을 이루어야 할까?”
“그건…….”
“이것은, 그녀의 바람이나 존엄을 우리들이 어떻게 마주할 것인지에 대한 문제이기도 해. 과연 그녀는…… 토센 군, 자네가 복수하기를 바라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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