츄잉~ chuing~
츄잉 신고센터 | 패치노트 | 다크모드
공지&이벤트 | 건의공간 | 로고신청N | HELIX
로그인유지
회원가입  |  분실찾기  |  회원가입규칙안내
[수필] 나는 여름에 태어났다.
| L:8/A:428
112/410
LV20 | Exp.27% | 경험치획득안내[필독]
추천 11 | 조회 667 | 작성일 2020-06-02 13:48:45
[서브캐릭구경OFF] [캐릭컬렉션구경OFF] [N작품구경OFF]
*서브/컬렉션 공개설정은 서브구매관리[클릭]에서 캐릭공개설정에서 결정할수 있습니다.
  [숨덕모드 설정] 숨덕모드는 게시판 최상단에 위치해 있으며 언제든 설정할 수 있습니다.

[수필] 나는 여름에 태어났다.

 

나는 여름에 태어났다.

그래서 여름을 좋아한다.

 

나는 아주 더운 7월 말에 태어났다.

 

내가 태어나던 해는 전 세계적으로 폭염과 지속되는 더위 탓에 많은 사람들이 죽었던 해였고,

그렇게 많은 사람의 목숨을 뒤로하고 엄마의 비명과 고통 속에서 나는 태어났다.

 

우리 엄마는 그 살인적인 여름 더위 속에서도 나를 낳고 그렇게나 기뻤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나의 어릴적 세상에 가장 큰 울타리는 우리 엄마였고 당연히 세상의 전부였다.

 

몇 해가 지난 어느 여름 날, 

나는 엄마가 뿌려주는 시원한 물에 샤워를 하고 나왔다.

 

냉장고에서 매실 주스를 꺼내 마시고 선풍기 앞에 앉아 잠시 TV를 보다

문득 엄마가 욕실에서 나오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걱정이 되었다.

 

슬그머니 욕실 문을 열어보니 엄마는 소리없이 울고 있었다.

왜 우는지 몰라 그냥 문을 닫고 못 본척 했다.

 

그 시절 철없는 아빠 때문에 매일 힘들어하던 엄마를 보고도

나는 너무 어렸기 때문에 엄마가 왜 힘들어하는지 몰랐다.

 

사실 우리 엄마는 친구들의 엄마들보다 나이가 훨씬 많았다.

생각해보면 나를 낳을 적에는 아마 30대 중후반이였을 것 같다.

 

어느덧 내가 학교를 다니게 되었고 초등학교를 지나 중학교를 다니던 시절,

내가 성장하는 만큼 우리 엄마도 함께 나이 먹어간다는 것을 몰랐다.

 

친구들의 엄마는 젊고 예뻤지만 우리 엄마는 중년의 아줌마가 되어있었다.

 

여름 방학에 자식들을 마중 나오던 한껏 멋을 부린 젊고 예쁜 엄마들 속에 

우리 엄마는 너무나 초라해보였고 창피한 마음에 모르는 척 했지만

엄마는 그런 나를 나무라하지 않았고 오히려 미안하다고 하셨다.

 

고등학교를 다니던 시절엔 나도 우리 가정사에 대해서 얼추 알게 되었고,

능력 없고 게으른 아빠 때문에 늘 엄마가 고생했다는 것도 알았지만

그 무렵 사춘기를 맞이하면서 겉잡을 수 없는 반항감을 표출하며 살았다.

 

가출을 일삼고 매번 엄마를 경찰서나 병원에서 만났다.

그럼에도 우리 엄마는 나를 포기하지 않고 바르게 잡으려 노력하셨다.

 

늦게 가진 아이라 엄마는 내가 더 귀하고 소중했을 것이고,

본인이 부족한 탓에 내가 엇나간다고 생각하셨는지 무던히도 자책하였지만

나는 그런 엄마의 모습조차 보기 싫어 죽어버리라는 말도 서슴치않게 했었다.

 

우리 집엔 아빠 때문에 생긴 빚이 많았고 아빠는 나 몰라라 했기에

엄마는 나와 동생을 먹여 살리며 집안을 이끄려고 참 애쓰셨지만

나는 애써 외면하며 더 좋은 집에서 태어나고 싶었다는 말로 엄마 가슴을 난도질 했었다.

 

그렇게 우리 엄마는 눈물을 머금고 힘든 나날을 버티다

결국 급성심근경색으로 쓰러지게 되었고

난 아무것도 모른체 친구들과 지내다 동생의 연락을 받고 그 사실을 알았다.

 

정말 엄마가 죽는 줄 알았다.

 

천만다행이도 엄마는 긴 수술을 무사히 견디고 살아났지만

살아있는 동안 평생 약을 먹어야하고 

또 다시 스트레스를 받거나 위협을 당해 발작이 생기면 죽을 수도 있다고 했다.

 

나의 어릴적, 세상에 가장 큰 울타리는 이제 없어진 것이다.

 

그 동안 애써 외면했던 엄마의 모습들이 스쳐지나가면서

어느 순간 내가 엄마를 지켜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고등학교 3학년, 나는 대학을 포기하고 빠르게 취업을 했다.

 

엄마를 생각하며 악착같이 이 악물고 돈을 벌었고 

덕분에 까마득하던 빚도 다 갚은지 오래,

지금은 엄마가 사고 싶어하는 물건들도 사주고

엄마가 먹고 싶어하는 음식들도 다 사줄 수 있게 되었다.

 

이번 여름에도 휴가를 받으면 

내 생일에 맞춰서 우리 엄마가 좋아하는

능이버섯백숙에 장어구이를 먹으러 갈 생각이다.

 

나는 여름에 태어났다.

그래서 여름을 좋아한다.

 

나는 아주 더운 7월 말에 태어났다.

 

내가 태어나던 해는 전 세계적으로 폭염과 지속되는 더위 탓에 많은 사람들이 죽었던 해였고,

그렇게 많은 사람의 목숨을 뒤로하고 엄마의 비명과 고통 속에서 나는 태어났다.

 

우리 엄마는 그 살인적인 여름 더위 속에서도 나를 낳고 그렇게나 기뻤다고 한다.

 

그래서 나는 우리 엄마를 만나게 해준 여름이 너무나도 좋다.

개추
|
추천
11
신고
    
  [숨덕모드 설정] 숨덕모드는 게시판 최상단에 위치해 있으며 언제든 설정할 수 있습니다.
흐쟁이
??.ㅠㅠ슬픔
2020-06-02 13:50:13
추천0
테란
감동적인 글이네요.. 오늘도 화이팅임니닷!
2020-06-02 13:51:22
추천0
저그
앞으로도 건강하시길
2020-06-02 13:51:27
추천0
[L:49/A:751]
리지
감동적인 글이네요. 잘 읽었습니다.
이번 생일에 어머니와 즐거운 시간 보냈으면 좋겠네요.
2020-06-02 13:54:24
추천0
하늘
감동적이넹..
2020-06-02 13:54:32
추천0
[L:57/A:221]
김무제
마음이찡하네..힘내신만큼 보답받기를 바랄게요
2020-06-02 13:56:11
추천0
순결폭격기
이번엔 진짜 제대로 읽었어요
앞으로도 많은시간 행복한 추억 만드셨으면 좋겠네요
2020-06-02 13:55:50
추천0
노곤
눈에눈물고였다...너무감동임.....
2020-06-02 14:01:35
추천0
상D입니다
추천
2020-06-02 14:21:46
추천0
[L:47/A:546]
아츠팟
이게 문학이지
2020-06-02 15:09:03
추천0
[L:55/A:397]
호감유저
가슴이 먹먹해지네요...
2020-06-02 17:17:18
추천0
28일후
감동적이네요..
진짜 잘읽었어요, 추천하고 갑니다.
2020-06-02 17:32:53
추천0
[L:8/A:428]
앗.. 제 수필을 읽어주신 여러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서툰 솜씨로 생각나는 대로, 느낌대로 끄적거린 이야기인데 생각보다 많은 분들께서 읽어주시고 추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2020-06-03 18:27:48
추천1
의견(코멘트)을 작성하실 수 없습니다. 이유: 로그인을 하시면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츄잉은 가입시 개인정보를 전혀 받지 않습니다.
  
즐겨찾기추가   [게시판운영원칙] | [숨덕모드 설정] |   게시판경험치 : 글 10 | 댓글 1
번호| | 제목 |글쓴이 |등록일 |추천 |조회
478253 잡담  
박근혜 ㅋㅋ [32]
여리
2020-06-03 11 2361
478252 잡담  
(씹진지노잼장문글클릭금지) 제 생각 좀만 얘기해보겠음... [9]
호감유저
2020-06-02 11 778
478251 잡담  
아니 미친1놈들아 저 글말고 ㅡㅡ [8]
스바루
2020-05-30 11 613
478250 이벤트  
[자게요리] 컵라면 계란찜 [18]
후부키
2020-05-03 11 898
478249 이벤트  
자유게시팔 랩배틀 이벤트 개최 [49]
사부로
2020-05-02 11 4669
478248 이벤트  
[자게요리] 정말 간단하게 만들어본 메밀국수 [21]
28일후
2020-05-01 11 788
478247 잡담  
츄잉 디스랩 (가사첨부) [6]
스타일
2020-04-30 11 749
이벤트  
[수필] 나는 여름에 태어났다. [13]
2020-06-02 11 667
478245 잡담  
그림 사이타마와 후부키 [9]
데드리스
2020-04-16 11 1153
478244 잡담  
동숲에서 츄잉봄ㅋㅋㅋㅋㄲ [26]
공사짱
2020-04-09 11 2082
478243 잡담  
** 블라인드된 게시물입니다.
여리
2020-04-03 11 920
478242 잡담  
츄잉 만우절이라고 이상한거 숨겨뒀네ㅋㅋㅋ [6]
무신우일석
2020-04-01 11 439
478241 잡담  
츄형 사랑해 [23]
나츠키렘
2020-04-01 11 694
478240 잡담  
우한갤 개념글 가는거 성공했다 [17]
역최호
2020-03-01 11 910
478239 잡담  
착한일한썰 [22]
마스체니
2020-02-23 11 904
478238 잡담  
근데 이새ㄲ 웃기긴하네 ㅇㅇ [4]
키스샷
2021-03-28 11 514
478237 잡담  
오늘만 산다 ver 2 [19]
2020-06-14 11 451
478236 잡담  
여러번 자다깨다함 [85]
마스체니
2020-02-04 11 1602
478235 잡담  
제 인생 제일 쓰레기짓 [21]
시현
2020-02-03 11 909
478234 잡담  
게시판이 변경됐습니다. 이 게시판은 더 이상 사용이 불가능합니다.
츄잉
2021-10-04 10 3300
478233 잡담  
그림 그리는 자게이들을 위한 팁 [26]
켈리
2021-10-03 10 763
478232 잡담  
나 ㅈ됐다 [28]
앨리스리제
2021-09-27 10 626
478231 잡담  
제가나대지말라햇죠... [10]
레나
2021-09-26 10 441
478230 잡담  
질경련 자제요,, [9]
노희지
2021-09-24 10 792
478229 잡담  
이런 말 누가 먼저 쓴거임 ? [6]
유이
2021-09-14 10 714
      
<<
<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
>>
enFree
공지&이벤트 | 접속문제 | 건의사항 | 로고신청 | 이미지신고 | 작품건의 | 캐릭건의 | 기타디비 | 게시판신청 | 클론신고 | 정지/패널티문의 | HELIX
Copyright CHUING Communications. All rights reserved. Mail to chuinghelp@gmail.com | 개인정보취급방침 | 게시물삭제요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