퓨전의 단점이라고 하는 게
흔히 '두 사람의 기를 맞추기 때문에, 둘이 완전 동등하지 않으면 반드시 포타라보다 약하다.'는 인식이 깔려 있는데, 저는 그 공식이 굉장히 묘하다고 생각해요.
가령 오공이가 100의 기를 갖고 있고, 베지터는 90의 기를 갖고 있다 가정해보겠습니다. 그리고 편의상 슈퍼사이야인은 50배, 합체는 대강 수십 배라고 해서 둘의 합×100이라고 임의로 가정해보죠(이 배수는 몇이 되든 중요하지 않습니다.).
오지터의 전투력은 (90+90)100=18,000이 나오고, 베지트의 전투력은 (100+90)100=19,000이 나오기에 베지트가 더 강합니다. 이게 일반적인 인식이겠죠.
그렇다면 이번엔 슈퍼사이야인으로 돌아가보겠습니다. 오공이는 슈퍼사이야인이 되면 전투력이 5,000이 되겠죠.
여기서 한 가지 전제를 세워볼까요? 오공이가 베지터와 퓨전할 때처럼 기를 낮추고 변신하는 겁니다. 그럼 오공이의 전투력은 90×50=4,500이 되겠죠.
자, 여기서 문제가 생깁니다. 오공이는 변신 전에 10의 전투력을 억눌렀죠. 하지만 그 10의 기는 없어진 게 아닙니다. 그렇다면 이제 오공이가 풀 파워로 돌아간다고 쳐봅시다. 그럼 오공이의 억눌렀던 기가 다시 오를 테죠.
이때, 오공이의 전투력은 몇이 되는 걸까요? 억눌렸던 기도 똑같이 50배를 적용해서 500+4,500=5,000이 될까요? 아니면 억누른 기는 슈퍼사이야인의 영향을 받지 않아서 10+4,500=4,510이 될까요?
다시 퓨전으로 돌아오겠습니다. 오공이는 기를 억눌러서 전투력을 90으로 만들었죠. 그래서 전투력은 18,000이 됐습니다. 그럼 억누른 오공이의 기는 어디로 갔을까요? 사라졌을까요? 아니면 그대로 10이기에 18,010이 될까요? 혹은, 퓨전의 영향을 받지 않아서 합이 아닌 10×100=1,000이 되어서 총 19,000이 될까요?
저는 기를 맞추는 건 퓨전의 조건이지, 그게 반드시 유지되어 파워까지 조정된다고는 생각되지 않습니다. 만일 그렇다면 오공이는 기를 억누른 상태에서 변신했다가 다시 풀 파워를 내면, 억누르지 않은 채에서 변신한 것보다 약하게 되니까요. 물론 그러면 안 된다는 법은 없습니다만, 기묘한 느낌이 드는 공식이라곤 생각합니다.
근본적인 문제로 돌아오자면, 토리야마 선생님이 여기까지 세세히 정하시진 않았을 겁니다. 합체는 슈퍼사이야인을 능가하는 파워 업으로 등장했고, 단지 그뿐이겠죠.
'그래도 기가 눌렸으니'와 같은 세세한 문제점까지 따져보자면, 이번에 공개된 설정은 '오지터=베지트'가 아니라, '퓨전=포타라'라는 점입니다. 합체 가능한 인물들이 퓨전으로 합쳐지든, 포타라로 합쳐지든, 그 결과물 사이에 우열은 없다는 이야기겠죠. 단지 10의 차이만으로 결과물이 1,000이나 차이가 날 정도라면 결코 우열을 가릴 수 없는 수단이라고 할 수 없을 테니까요.
억누른 기는 어디로 가는가, 사라진 게 아니라면 왜 그 기만 별개로 나뉘어지는가, 생각해보면 이상한 문제입니다.
둘은 반드시 기본적으로 비슷해야만 하고, 어느 정도 조정은 할 수 있지만 비슷하지 않으면 시도조차 불가능합니다. 거기에 두 아이들이 기를 맞추는 것만이 아니라 계속 끌어내는 걸 요구받기도 한 걸 보면, 시전자 기준에서 일정 비율의 기를 높여야 한다고 볼 수도 있겠죠.
그럼 저승에서 못 해본 이유는 조금 조정하더라도 오공 본인의 기에 따라올 강자가 없었단 거겠죠. 물론 이것도 제가 '기 맞춘다고 약해야 되면, 이것도 가능하겠네?'라는 식으로 제시한 거니까, 제가 본문에 쓴 것도 사실이 아니겠죠.
역으로, 왜 퓨전의 조건에서 '둘이 차이가 나면 퓨전이 포타라보다 떨어진다.'는 결론이 나오고, 그게 사실처럼 받아들여지는지 모르겠어요. 지금 모든 기준은 반드시 '포타라=퓨전'에 맞춰줘야 하는데, 거기에 '에이, 그래도 기 맞추면 합체의 힘이 더 약해지니까'라는 말이 끼어들 여지가 전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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