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 용사여, 고달프게 살아라! 프롤로그
프롤로그
언제부턴가 소년은 용사를 꿈꾸고 있었다. 그들은 항상 나라에 안 좋은 일이 있을 때 나타나 다시 좋아지면 조용히 사라졌다. 개중에선 귀족의 자리를 받아 나라에 앉은 용사도 있지만 소년은 그런 자들을 진짜 용사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전자와 후자의 용사가 늘어나면 늘어날 수록 소년은 수련에 힘을 가했다. 그리고 소년이 슬슬 몸이 커질 시기 였을까. 한 용사의 말이 소년의 귀에 들어갔다.
"어릴 때는 몸이 유연해서 나중에도 그럴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어른이 되고 용사가 되어도 몸이 유연하지가 않군요. 제가 왜 이런 이야기를 하느냐? 몸이 유연하냐 안 하냐는 굉장히 중요한 이야기입니다. 유연하면 할 수록 회피력과 공격력이 동시에 올라가기 때문이죠."
이제 좀 있으면 자신은 성인이 된다. 어린애, 즉 소년으로 있을 시기는 얼마 남지 않았다. 이때까지의 수련이 힘 위주였다면 지금 수련은 유연함을 염두한 스트레칭 위주의 수련이다. 시간이 지날 수록 다리가 잘 찢어지고 팔이 자유자재로 움직였다. 심지어 뒤로 구르면서도 한 팔로 검을 휘두를 수 있게 됐다. 소년이 청년이 됐을까. 군에서 징집 명령이 내려왔다. 전쟁이 끝나도 만일을 대비해 청년이 된 남자들은 군에 들어가 약 3년 정도 훈련을 받아야했다. 그 훈련이 얼마나 힘들진 몰라도 소년은 망설임없이 들어가 훈련을 받았다.
"전쟁이 끝났다고 해서 모든 게 끝난 것이 아니다! 아직도 암살 시도와 비리가 끓어 넘치는 세상, 그런 세상을 너희들이 끝내는 것이다!"
나라를 위해 마왕을 쓰러트리고 공주를 구하고 드래곤을 쓰러뜨린다면, 그건 용사가 아닌 영웅이다. 나라에 귀속된 존재다. 하지만 용사는 자유로운 몸. 마왕을 쓰러뜨려도 공주를 구해도 드래곤을 쓰러뜨려도 나라가 아닌 자신을 위한 것이다. 그렇기에 청년은 용사를 동경했다. 청년의 인생에 영웅을 동경하고 목표로 삼은 적은 없다. 그럼에도 청년은 훈련을 누구보다 열심히 받았다. 이것도 결국은 자신을 위한 발판이 될테니까. 그렇게 정신없이 훈련하면서 2년 8개월이 지나 군에서 해방될 때가 왔다.
"이보게. 자네 정예군이 되지 않겠나?"
"정예군 말입니까?"
"그래. 내가 자네를 처음부터 주의깊게 봤다만 그 집중력과 오기. 무엇하나 자네를 이길 훈련생이 없더군. 그래서 제안해보는데 정예군이 될 생각 없나?"
정예군이 되면 어떻게 되지? 군이 아닌 귀족이나 대부호의 호위로 들어가 남은 생을 아주 남 부럽지 않게 살 수 있다. 공적을 쌓으면 쌓을 수록 귀족이 될 가능성 또한 있을 것이다. 물론 자작에서 그치겠지만 평민에서 귀족이 된다는데 엄청난 의의가 있으니까. 하지만 청년은 정예군이나 귀족이 목표가 아니다. 어디까지나 청년이 보고 있는 건 용사의 길 뿐이다.
"제안은 정말 감사합니다. 하지만 전 좀 더 다양하게 살아보고 싶습니다."
"흐음, 알겠다. 혹 나중에 생각이 있으면 이곳에 찾아오도록. 언제든지 환영하겠다."
"알겠습니다."
깔끔하게 거절하고 군에서 나온 청년이 제일 먼저 부모님께 여행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군을 갔다오면 어지간한 용병도 될 수 있는지라 청년의 부모님은 흔쾌히 청년의 말을 들어주었다. 청년 23세. 드디어 용사의 길에 첫 걸음을 내딛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