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토끼님의 열세번째 이야기 2 (그림 주의)
손이 닿자마자 축축해질 정도로 땀을 많이 흘렸더군요.
불안한 듯 눈이 이리저리 돌아가는 친구 놈의 모습에 덜컥 겁이 나더군요.
그리고 제가 서있던 자리. 그러니까 친구 놈과 같은 위치.
제 앞에 또한
좁은 길이 뻗어있었습죠
그저, 바라보고만 있었습니다.
다가오는 건지, 멈추어있는건지 판단도 가지 않더군요.
그런 저희 둘의 모습을 보고 있던 영진 이와 준호 상준이가 한꺼번에 와서.
"아 청소 안하고 뭐하냐?"
라고 따지듯 말하며 저를 흔들었습니다.
몸 경직이 풀리더군요.
말할 것도 없이 뒤 출입문으로 뛰었습니다.
친구 놈 또한 끌고 오듯이 같이 뛰었고요.
친구들도 갑자기 뛰는 저희를 쫓아 뛰더군요.
어찌도 그렇게 멀게 느껴지는지요.
문득 뒤로 돌아 밀실을 보았지만,
다행히.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안심하고 달리는데, 문득 농구공 박스 쪽에서
"파 - 스윽"
하고, 이상한 소리가 나더군요.
뭐랄까, 무언가가 강하게 터지고 찌익 미끄러지는 듯한. 소리랄까요.
시선이 뒤로 가지더군요.
밀실 쪽의 통로에서, 무언가가 기어 나오고 있었습니다.
추옥 - 추옥 - 하고 기이하게 움직이는 그것에.
눈물이 줄줄 나오더군요.
느꼈지만, 지하실 출입문으로 달리고 있는 때가 벌써 몇 분인데.
뭐 저렇게 문이 먼지요.
기가 막혀서 말도 안 나오더군요.
"멈춰 바라"
친구 놈이 드디어 입을 열었습니다.
"이미 홀렸다."
나 참. 머리가 띵 - 하더군요. 홀린다는 게 이런 거구나. 하고요
그때, 준호 핸드폰에 전화가 왔는지 음악이 터졌습니다.
"여보세요!!"
무척이나 다급하게 전화를 받는 준호.
정말 다행스럽게도, 감시하고 있던 선배 형이 전화를 한 것이지요.
"형 !! 지하 창고 뒷문으로 빨리 내려와줘 !!"
선배가 알겠다. 라고 했는지, 준호가 전화를 끊고 다급하게 뒷문만 바라보고 있더군요.
그렇게, 서서히 다가오고 있는 '그것'을 바라보며 가만히 서있었습니다.
참 사람 죽을 맛이더군요.
"파 - 스윽."
이게, 가까이 오니까 경악을 금치가 못하겠더군요.
이리 저리 짓밟힌 듯하다 추렴새의 몸짓.
얼굴은 뭐그리 일그러졌는지요.
또, 하반신이 없더군요.
온몸에 소름이 지속해서 강하게 돋고, 몸은 미친 듯이 떨리고.
저희 넷 모두 손을 잡고 있었는데, 떨림이 전해질정도 이었습죠.
그때.
"야 ! 청소 안하고 뭐해 !"
하고 선배 형이 내려왔습니다.
저희를 보더니, 무언가를 알겠다는 듯이 출입문위에 있던 누런색종이를
팍 찢어버리더군요.
찢어지는 순간, 저희 앞에 있던 '그것'이 무척이나 괴로운지요.
소리는 지르지 않았지만. 일그러진 얼굴이 다시금 일그러지며.
뒷걸음질로 기어가며, 밀실 통로로 다시 들어가더군요.
"털썩 -"
모두가 뭐라 할 것 없이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았습니다.
그런 저희 모습을 보며 선배가 너무도 침착하게 씩 웃으며 오더군요.
"뭐가 웃겨요."
영진이가 따지듯 말했습니다.
"처음 겪어봐?"
놀랍게도, 선배가 되묻더군요.
선배가 예기를 해주셨는데, 밀실 쪽에는 종이찢는기계가 줄지어 있는데, 고등학교 1학년 여자애들 3명이 들어와
놀다 그만, 한 여자아이가 종이찢는기계에 부딪혀 버렸다는군요.
말 할 것도 없이 그 자리에서 갈리기 시작했고, 나머지 2명의 여자 애들은 놀라서 그냥 뛰어 도망갔다고 하더군요.
여자아이 2명은 모두 졸업했고, 저것이 그 여자애들 2명을 찾는 거라고 그러더군요.
또, 저 누런색 종이는 지하실에 풍기를 막는 거래나.뭐래나. 저걸 때면 풍기가 안 좋아져서
물러간다고..
그때, 친구 놈이 추가로 말하더군요.
"그런가보다. 처음 나랑 눈이 마주쳤을 때, 뭐라 뭐라 계속 중얼거리는데, 슬픔이 격차오르더구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