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비한 동물들과 그린델왈드의 범죄
저는 한참 전부터 이 영화를 학수고대해 왔고, 개봉날 당일 저녁에 바로 보러 갔습니다. 그리고 집에 돌아와서 이렇게 글을 끄적여 봅니다.
제가 뭐 평론가도 아니고, 그렇다고 글을 잘 쓰는 편도 아니지만 그저 해리 포터 시리즈를 좋아한 팬이 써보는 감상문 정도로 봐주시면 좋겠습니다. 길어서 안 읽고 싶어지신다면 안 읽으셔도 됩니다. 스포일러를 최대한 안 쓰려 했으나 영화를 보기 전까지 그 어떤 정보도 싫으시다면 안 보시는 편을 추천드립니다. 최대한 중요 스포일러는 안 쓰려고는 했지만 시각에 따라 스포일러인 내용도 당연히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장점보다 아쉬웠던 점 위주의 글이 되었기는 하였는데 아쉬운 점들도 순전히 제 개인적인 의견일 뿐입니다. 평론은 아닙니다. 저는 이 영화가 종합적으로 아주 재미있었고 추천할 만하다고 생각합니다.
해리 포터 시리즈를 좋아한 팬으로서 영화가 내적으로 어떻든 간에 명맥이 이어진다는 것만으로도 기쁜 것이 사실입니다. 이번 영화를 보는 내내 눈이 즐겁고 마음이 즐거웠습니다. 앞으로의 스토리가 기대됩니다.
하지만 몇 가지 아쉬운 느낌이 드는 것 또한 사실이었습니다. 이 영화의 제목은 신비한 동물들과 그린델왈드의 범죄인데 영화는 신비한 마법 동물들도, 그린델왈드와 그의 범죄에도 초점이 집중되어 있지 않다고 느껴졌습니다. 제목이 그린델왈드의 범죄라면 누구나 그린델왈드가 저지를 범죄에게 초점이 집중된다고 생각하겠지만 그린델왈드의 범죄는 1편보다 스케일이 크지 않습니다.
이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 분들도 계실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린델왈드에 초점이 집중되지 않았다고? 무슨 염병할 소리를 하냐? 이번 영화에서 그린델왈드의 전투력이나 말빨 못 봤냐?"라는 의견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그린델왈드가 허접하다는 의견은 아니고, 이 영화에서 가장 큰 비중은 그래도 그린델왈드였다고 저도 생각합니다. 하지만 '제목이 그린델왈드의 범죄였던 것치고는' 약하지 않았을까 하는 의견입니다. 이번 그린델왈드의 범죄는 너무 당연해서 스포일러조차 아닌 탈주, 살인, 선동 정도였습니다. 탈주야 1편에서 잡혔으니 1편에 나오지 않은 새로운 범죄인 것이 당연했고, 살인은 1편에서도 신명나게 하셨으며 애시당초 악역이니 당연했다면, 남는 것은 집회를 통한 선동인데 집회 자체는 범죄라고 하기에도 애매합니다. 이는 이번 영화에서 그린델왈드를 붙잡으러 출동한 오러들조차도 명시한 사항입니다. 그린델왈드가 집회를 열어서 사람들을 선동하려고 해서 잡으러 온 것이라기보다는 그린델왈드가 집회를 개최하고 그 자리에 온다고 해서 그 기회에 잡으러 온 것입니다.
그래도 집회에서의 그린델왈드의 언변은 놀라웠습니다. 그린델왈드는 저도 해리 포터 시리즈를 읽으면서 늘 원리가 궁금했었던 머글과 마법사들의 이상한 역학 관계를 지적했습니다. 지금이야 우스갯소리로 머글의 지팡이라 불리는 과학의 힘으로 마법사들과 대항할 수 있지만, 과학이 발달되지 못했던 과거에 왜 머글보다 더 강력한 힘을 가진 마법사가 숨어서 살았는가? 해리 포터 시리즈에서 마법의 역사나 머글 연구 등의 호그와트 수업에서도 제대로 이유가 명시되지 않았던 사항입니다. 모든 마법사들은 마녀 사냥을 당하면서도 머글에게 적대감을 품지 않을 정도로 마음이 넓었나?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힘으로 따졌을 때 우위인 마법사들이 숨어서 살아야 할 이유는 그 어디에도 없었습니다. 그린델왈드도 마법사들이 숨어서 살 이유는 없다는 점을 지적하더군요. 그린델왈드는 머글 역시도 인간이기 때문에 머글을 공격하는 것을 주저할 마법사들이 있을까 한 가지를 더 보여주었습니다. 마법사들이 싸워야 할 상대는 인간이 아니라 인간의 광기라는 것으로 설득하였습니다. 시대적 배경이 1927년임을 고려해 보면 굉장히 날카로운 지적이었습니다. 그린델왈드의 뜻에 찬동하는 마법사들은 그럴 수밖에 없겠다고 느껴질 정도였습니다. 실제로 1편의 중요 인물들 중 두 명도 설득되었지요. 그리고 그중 한 명은 1편과 비교하면 어마어마한 캐릭터 붕괴라서 놀랍고도 아쉬웠습니다. 엄청난 스포일러니까 지금 누구를 말한 것인지 안 쓰겠습니다.
차기작들을 고려해 보면 이번 선동은 무시무시한 범죄들로 이어지겠지만, 이 영화에서는 생각보다는 큰 역할을 하지 않습니다. 선동을 듣고 감화된 지지자들도 큰 역할을 아직은 하지 못하게 그린델왈드 본인이 지지자들을 저지합니다.
그린델왈드는 제목만큼은 아니더라도 비중이 있었다면 나머지 비중은 어디에 있었을까요? 다른 인물들이 나누었습니다. 하지만 너무 많은 인물들이 나누었다는 점이 영화를 산만하게 만든 감도 없지는 않습니다. 뉴트 스캐맨더, 제이콥 코왈스키, 티나 골드스틴, 퀴니 골드스틴 등 전작 주연들에게 배분되었다면 좋았겠지만 뉴트, 퀴니를 빼면 전작 주연들이 비중이 거의 없다고 느껴집니다. 그 많던 비중은 누가 다 드셨을까? 당연히 다른 조연 캐릭터들입니다.
테세우스 스캐맨더, 레타 레스트랭, 알버스 덤블도어, 배우 수현 씨가 맡으신 '그 역할', 크레덴스 베어본, 심지어 딱히 중요인물이 아닌 유서프 카마한테까지 비중이 배분되어 있습니다. 비중이 배분되어 있는 것이 나쁘냐고요? 꼭 그렇지는 않겠지만 주연들의 비중들이 빼앗길 줄은 몰랐습니다. 이들 모두의 과거 등의 이야기가 동시에 다 진행되어서 전개가 산만하다고 느껴졌습니다. 특히 다른 인물들은 차기작을 위해서 그렇다 쳐도, 조연 유서프 카마의 스토리 전개는 정말이지.... 배우 수현 씨가 맡으신 '그 역할'은 워낙 충격적이었고 해리 포터 시리즈와도 직접적으로 연관되기에 비중이 상당히 클 줄 알았는데 조연 유서프 카마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어요. 유서프 카마, 당신은 도대체....
또 아쉬운 점은 그린델왈드의 범죄도 딱히 기대했던 것만큼이나 큰 감상은 느껴지지 않았는데 신비한 동물들은 더욱 감상이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니플러는 귀엽고, 보우트러클은 문을 잘 땁니다. 그게 답니다. 전작인 신비한 동물사전은 정말 마법 생물들을 다양하게 잘 보여줬고, 뉴트와의 유대감을 바탕으로 뉴트와 함께 싸우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스우핑 이블, 천둥새, 오캐미 등의 특징을 적재적소에 활용하던 뉴트가 이번 영화에서는 중국산(진짜로 중국 출신의 마법 생물) 마법 생물인 조우우 하나 정도에만 의존하더군요. 중국 자본이 많았나 봅니다? 프랑스 파리가 배경인데 프랑스 동물은 하나도 안 나오더군요.
물론 니플러가 후반부에 아주 큰 활약 하나 해주기는 하는데 그것도 스포일러니까 직접 보세요.
상당히 길어졌네요. 아쉬운 점만 많은 영화라는 글이 되어버린 것 같은데 아쉬운 점을 왜 저한테는 아쉬웠는지를 풀어서 쓰느라 길어진 것이지 아쉬운 점들밖에 없는 영화는 결코 아닙니다. 간추리면 아쉬운 점은 정말로 몇 개 안 됩니다.
장점도 많습니다. 아쉬운 점이 느껴졌지만 끝까지 집중될 정도로 전체적인 몰입감이 훌륭했고, 마법이 굉장히 화려해서 눈이 즐겁습니다. 그린델왈드의 카리스마나 위험성은 정말이지 굉장합니다. 영화계를 통틀어 역대급 빌런이 될지도 모릅니다. 이러니 저러니 왈가왈부를 좀 했지만 저는 3편이 너무 기다려집니다. 어쨌든 후속작이 기대되는 재미있는 전개였습니다. 크레덴스의 혈통에 관련해서 상당히 놀라운 전개가 나왔는데 스포일러라 밝히지는 않겠지만, 그 전개 자체가 어쩌면 서술 트릭일 가능성도 있지만 나름대로의 근거도 있어서 굉장히 흥미롭습니다.
이 영화를 볼지 말지 혹시나 망설이고 있는 분이 계시다면 저는 보시는 것을 적극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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