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태까지 중에서 가장 쓰는 데 오래 걸린 망할 스포일러
저번에 네 조각으로 찢긴 소진홍이었으나 대단히 안타깝게도 잔상이었습니다.
이형환위이거나 양정학의 환술이겠죠. 이형환위라고 해도 역시 존자에게 미치지 못하는 수준인 일각도 할 수 있었으니까 이상하지 않네요. 이번에 코빼기도 안 비친 양정학이 뒤에서 걸어준 환술일 수도 있고요.
공중에서는 개쪽을 당했기 때문인지 이번에는 땅에서 좀 달리다가 할아범을 향해 칼을 겨누고 뛰어오릅니다.
"이봐, 너... 싸울 상대를 잘못 알고 있는 것 아닌가?"
공중에서 진유림이 소진홍 등 뒤에서 말을 겁니다.
소진홍이 놀라서 등 뒤로 접근한 진유림에게 칼을 휘두르고 공중에서 몇 합 칼부림이 벌어지고 땅으로 떨어집니다.
소진홍만 왼쪽 어깨를 베였네요.
"첫 상대로 나쁘진 않군. 나는 서쪽 관문을 맡은 천금성 진유림이다. 너는 반(反) 파천문 측에서 선별된 무인일 테지. 이름을 묻겠다!"
진유림이 칼을 칼집에 도로 집어넣는 여유로움까지 부리며 소진홍에게 이름을 묻자 소진홍은 분노로 평소보다 더 못생긴 표정이 되었다가 이내 "소진홍."이라고 대답합니다. 피카츄가 "피카츄."라고 울듯이 말입니다.
천검성이었는데 이번에는 갑자기 천금성이라... 천곡칠살 별호의 모티브가 된 36천강 72지성에는 제가 알기로는 천금성이라는 것은 없습니다. 제 소견으로는 일관된 오타가 아니고서는 설명이 안 되네요.
"소진홍...? 어디선가 들어 본 이름인 듯한데...."
진유림이 소진홍을 기억하지 못하자 할아범이 진유림 뒤에서 대답합니다.
"이 늙은이가 키운 '암기' 중 한 명입니다. 일전에 말씀드린 적이 있습니다만... 감히 제령왕님의 귀진대법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소생의 방식으로 발굴한 암기 중엔 가장 출중한 자입니다."
"그런가...."
"예... 허나 귀진대법으로 완성된 천금성님에 비하면 결국 모조품에 불과할 뿐입니다. 모조품(소진홍)은 진품(진유림)을 넘어설 수 없는 법이지요!"
소진홍이 그 말을 듣고 '꾸득'이라는 소리까지 내며 이를 갈고 부들부들대자 진유림이 씨익 웃으며 다시 할아범에게 말을 겁니다.
"재미있군. 허면... 내가 저자에게 지면 할아범이 제령왕님을 뛰어넘는다는 의미가 되는 건가?"
"감히 그런... 억측이십니다."
"어쨌든... 제령왕님의 명예를 위해서라도 손속에 인정을 둘 순 없겠군. 오너라, 소진홍. 할아범이 (모조품이라고) 극찬한 그대의 실력을 보겠다!"
진품이 칼도 안 꺼낸 상태에서 살기 비슷한 기운만 내뿜어도 모조품은 피를 흘립니다.
모조품이 칼을 들고 달려들자 진품은 칼집에서 칼을 뺍니다. 진품은 칼을 넣고 있다가도 모조품의 공격 정도는 가볍게 받아내내요. 모조품은 한껏 인상을 찡그리고 있는데 진품은 표정의 변화도 없네요.
북쪽에 도착한 도겸을 비춥니다.
창을 들고 말에서 내려 걷습니다.
파천문의 잡졸 네 명 정도가 도겸의 시야에 들어옵니다.
"한 명이라더니 여러 명이네? 저자들 전부 쓰러뜨리면 여길 지나가도 되는 건가?"
도겸이 하늘을 향해 고개를 치켜 들고 웃으면서 말을 이어나갑니다.
"응? 어떻게 생각해?"
엽패가 도겸 머리 위에 있는 높은 나뭇가지에 박쥐처럼 거꾸로 매달려 있습니다. 이번에는 엽패가 도겸에게 묻습니다.
"그러는 너는 왜 혼자냐? 네 뒤를 이을 다른 사람은?"
"없어. 나 혼자면 충분해."
"이거 희한한 놈이 왔군. 나는 천곡칠살 중 천폭성 엽패라 한다. 너는 누구냐?"
"대(大) 풍진방주 도겸 님이시다!"
동쪽에 도착한 진가령을 비춥니다.
진가령은 아직 말에서 내리지 않고 주위를 둘러보며 중얼거립니다.
"도대체... 용이는 어딜 가버린 건지... 이럴 때 같이 있었으면 좋았을 것을...."
강룡을 부려먹을 수 있으니까...?
그때 고수 게시판의 아이돌, 방패쟁이 두춘이가 진가령 앞에 나타납니다.
"흐흥, 여인이라... 설마 백마곡주 진가령 님이 아니신지...?"
진가령이 두춘을 잠깐 보더니 묻습니다.
"그러는 귀공은 누구신가요?"
"능청 떠시는군. 강호 제일의 정보 집단 수장인 백마곡주라면 이 천웅성 두춘을 못 알아볼 리 없을 텐데... 이제야 그날 밤 백마곡에서 받은 접대에 대한 보답을 해 줄 수 있게 됐군."
주연들이 모여 있는 남쪽을 비춥니다.
용비와 구휘가 뒤로 비켜주었습니다. 용비가 구휘보다 먼저 말을 시작합니다.
"이것 참... 얼떨결에 양보하긴 했지만 저 아이를 먼저 보내도 괜찮으려나?"
"우리가 참가한다고만 했지 순서까지 정했던 건 아니니까. 그리고 어떻게 따져봐도 우리보다는 저 아이가 먼저인 게 맞아."
"그야 그렇지만... 용이가 저 혈비란 자를 감당할 수 있겠느냔 말이야, 내 말은...."
"... 일단 조금 두고 보지."
혈비와 강룡이 마주 서서 서로를 노려봅니다. 혈비가 눈을 부라리며 생각합니다.
'... 분명 두 늙은이의 기를 느꼈는데 어째서 이놈이... 이제 와서 나를 우롱하려 드는 건가.'
혈비가 딴생각을 하고 있을 때 강룡이 당신이 혈비냐는 질문에 대답하라고 다그칩니다.
"대답해! 말해 두지만 발뺌해도 소용없어."
혈비가 그 자리에 가만히 서 있는 채로 선공을 날립니다.
강력한 위력이었는지 구휘도 깜짝 놀라고 용비도 강룡을 지켜보며 앉아 있다가 깜짝 놀라서 바로 일어서려고 합니다.
땅이 그래도 상당히 파였네요. 파천십이신공이 아닌데도 말입니다.
강룡이 팔로 방어하는 듯한 자세를 취해 큰 상처 없이 공격을 받아냅니다.
"파천신권 응조격을 이 정도의 위력으로 구사할 만한 사람은 역시 당신밖에 없을 테지. 흑룡왕 혈비! 파천신군 독고룡의 이름으로 그 목숨을 가져가겠다!"
강룡의 장법과 혈비의 장법이 서로 부딪혀서 지반이 엄청나게 금이 가며 끝납니다.
고작 장법 따위가 부딪힌 정도로? 괴물들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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