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펀게 문학] 고케츠의 하루 ㅡ 1편
"흐아암~"
Z시의 깊은 지하
어느 큰 방 안에서 거구의 사내가 하품을 하며 몸을 일으키고 있었다.
잠을 쫓기 위해 고개를 흔드는 그의 주변에는 괴인왕 오로치를 찬양하는 문구가 여럿 붙어 있었다.
"고케츠 님, 식사 나왔습니다."
"들어와."
2미터 정도 돼보이는 괴인이 문을 열고 자기 몸보다 큰 그릇을 낑낑거리며 내려놓고 돌아갔다.
고케츠는 어슬렁거리며 걸어가 그릇을 들고 식탁으로 갔다.
뚜껑을 열자 그릇에는 육즙이 흐르는 스테이크가 싱싱한 채소와 함께 담겨 있었다.
원래 어느 정도 이상으로 강한 괴인은 생존을 위해 음식을 먹을 필요가 없고 대식관 같은 경우도 식욕을 채우기 위해 뭔가를 먹는 것이지 설령 굶더라도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
그러나 인간이었던 시절에는 불 같은 성격에 방탕하고 불규칙적인 생활을 하던 고케츠는 오히려 괴인이 되고 나서 무엇이 변했는지 하루 세 끼를 꼬박꼬박 챙겨 먹고 인간의 기준으로 봐도 자기관리가 철저한 균형 잡힌 생활을 하게 되었다.
고케츠는 스테이크를 자르며 오늘 오후에 있을 정기 집회에 대해 생각했다.
정기 집회란 한 달에 한 번씩 협회의 모든 괴인들이 '괴인왕'을 중심으로 한데 모여 그 달에 있었던 일과 다음 달에 할 일에 대해 회의를 하는 것이다.
괴인왕....
괴인으로써의 삶이 오히려 전보다 모든 면에서 마음에 들었던 고케츠는 자신을 이렇게 한 층 더 높은 존재로 만들어준 괴인왕에 대해 무한한 충성심을 가지고 있었다.
어느새 식사를 마친 고케츠는 매일 오전마다 제자들과 함께하는 훈련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훈련장의 먼지가 제자들의 건강을 해치면 안 되니 고케츠는 열심히 바닥을 빗자루로 쓸고 걸레로 닦았다.
청소를 마친 고케츠가 막 제자들을 불러오려고 복도로 나서는 순간 교로교로의 분신과 마주쳤다.
"고케츠, 오늘도 일찍 일어났구나. 마침 너에게 맡길 일이 하나 있어."
"난 지금 제자들 훈련을 시켜줘야 한다만...."
"신입 괴인들이 협회의 소문을 듣고 찾아왔어. 네가 그녀석들한테 협회 생활에 대해 오리엔테이션을 해줬으면 하는데...."
고케츠는 다른 일이라면 거절했겠지만 이것은 얘기가 다르다.
괴인왕을 따르기 위해 멀리서 찾아왔다는데 그들을 맞이하는 일을 거절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다.
"그래, 내가 하지. 내 제자들에겐 오늘은 나 빼고 훈련하라고 전해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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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엔테이션 실에 도착한 고케츠는 신입 괴인들을 쭉 둘러보았다.
팔이 네 개 달린 녀석, 뿔이 달린 녀석, 날개가 달린 녀석.....다양한 괴인들이 모여 있었으나 그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온 몸이 검은 땅딸막한 녀석이었다.
"괴인협회에 온 것을 환영한다. 우선, 이 곳은 바깥처럼 무법지대가 아니라 최소한의 지킬 규칙이 있으므로 잘 숙지해 두길 바란다."
"잠깐, 이건 뭔 소리야? 괴인이 규칙을 따른다니?"
고케츠의 말이 끝나자마자 검은 괴인이 불만을 토해냈다.
"....규칙이 맘에 들지 않으면 나가면 된다. 강제로 여기 붙잡아 두지는 않는다."
고케츠는 기분이 확 상했지만 신입 괴인들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설치는 경우는 흔했으므로 참고 넘어갔다.
"우선, 여기서 괴인끼리 싸우는 것은 금지되어 있다. 괴인협회의 목적은 히어..."
"아니... 지금 장난해? 괴인들 수 백명을 모아놓고 싸우지 말라고?"
이번에는 말이 끝나기도 전에 검은 괴인이 토를 달았다.
"어이, 말을 하면 끝까지 들어라. 방금도 말했지만 마음에 안 들면 돌아가면 된다. 너 같은 놈들 대신할 괴인은 많으니."
고케츠의 마지막 말을 들은 검은 괴인의 얼굴에 비웃음이 잠깐 떠올랐으나 그 뒤론 고케츠가 알려주는 여러 규칙들을 잠잠하게 들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 괴인협회의 보스는 괴인왕 오로치 님이시다. 마침 곧 정기 집회가 시작하는데, 거기서 오로치 님의 모습을 볼 수가 있지. 자 따라와라."
다음 화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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