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게이트 - 2
"그래서 오늘 뭐하려고 부른거야?"
따뜻한 커피 두잔이 나무로 만들어진 테이블위에서 김을 머락모락 피워내고 있었다
"하..할 말이 있었는데... 잊어먹은거같아, 히히"
장난끼 가득담긴 얼굴로 그녀는 말했다
화재를 돌리기 위함인지 그녀가 목도리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어? 그러고보니, 이거 2년전에 내가 선물해준거잖아?"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딱히 부정할이유도 없었고 원래 목적자체가 그녀가 알아봐주길 한 것이다
남몰래 자신의 마음을 전하는 그만의 사랑의 방식이였다
"아직까지...갖고 있었구나..."
뿌듯해 보이는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며 그는 속으로 미소지었다
'역시...이걸 두르고 오길 잘했어...'
머그잔에 담긴 라떼 한모금을 들이켰다
커피 특유의 향과 달달한 시럽의 맛이 어우러져 차가웠던 몸을 조금이나마 녹여주었다
"근데...이제...뭐하지?..."
서로 생각을 아직 안해본듯 시곗바늘이 똑딱이는 소리만이 명확히 울려퍼졌다
"딱히 하..할일도 없으니까... 사..산책이나할까?"
눈을 마주치지않으려고 유리창으로 된 카페의 창을 통해 먼 곳을 쳐다보는 그녀의 행동과 당황할때에만 더듬던 말투로 무엇인가 이상함을 느꼈다
어색했다
마치 무언가를 연기하려는 듯한 어색함이 그녀에게서 느껴졌다
무슨일인가?... 하고 묻고 싶었지만 얼마전에 친구를 통해 얻게된 '그녀의 마음을 뺏는 법!!' 이란 책에선 '여자의 비밀을 파헤치지말라!!' 라는 제 14번째 조항이 있었으므로 수면위로 떠오르는 궁금증을 가라앉혔다
"근데, 지금 겨울인데?"
"으,으..응?"
스웨터의 손목부분을 조금 잡아당겨 아직 뜨거운 컵을 감싼뒤 양손으로 조심스럽게 마시려고 했지만 정확한 지적을 받은 그녀는 다행이도 입에 담기전에 움찔거렸다
만약 입에 커피를 물고있었다면 보기좋게 푸욱-하곤 시우의 얼굴에 뿜었을것이리라...
"그그그그...그런가? 그..그럼 영화라도?"
"영화관에 가서 잔게 한두번이면 아무말 않겠는데말야...넌 심지어 액션영화에서도 잤잖아"
"그..그치만 졸린걸 어떻게 하라구! 그..그럼 다른걸좀 생각해봐!"
뭐...뻔하긴하지만...
"쇼핑?"
백화점쪽이라면 난방도 괜찮을테고...
아니아니... 체력적으로 조금 무리가 될것같은데?...
순간 그녀의 귀가 쫑긋 해지는게 느껴졌다
뭐...뭐지? 본능인건가?
뭔가 실언을 한건가라고 생각하기도 전에 그녀의 대답이 들려왔다
"응,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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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랑-
카페 문 위쪽에 달린 작은 종에서부터 맑은 소리가 울려펴졌고 카페를 들어설때와 같은 추위가 몸을 휘감았다
다만 다른 것이라면 카페에서 잠시 앉아서 마신 커피 한잔이 몸을 데워준 탓인지 그다지 춥게 느껴지진 않았다
그가 물었다
"근데 오늘은 왜 늦었어?"
아아, 하곤 그녀가 말을 이었다
"그게...아인이가 자기 핸드폰어디있는지 찾아달라고 해서 좀 늦어졌어...헤헷"
덧붙여말하자면 '아인'은 그녀보다 2살 어린 여동생이며 어릴적엔 셋이서 자주놀았던 기억이있지만 요즘은 '어떻게 생겼나...' 할정도로 얼굴을 본지가 꽤나 된것 같았다
기억상으로는 트윈테일을 하고 다녔으며 성실하고 의젓한 언니밑에서 자라 나이에 비해 어리광을 많이 부렸었다
실제로 외형또한 어려보였지만...
그녀는 장난스럽게 혀를 살짝 깨물며 웃음지었다
그녀의 작은 미소에도 행복하다는 듯이 입이 귀에 걸렸다라는 말이 어떤것인지 실제로 알수있게 해줄정도로 함박웃음을 지었다
'...귀...귀여워어!!'
가능하다면 주머니에 넣을 정도로 작게 축소한 다음, 아니면 휴대폰의 스트랩에 매달아 언제나 보고 싶을정도로...
하지만 그는 올해의 베스트샷을 눈에 담은것만으로 만족해야 될것 같았다
"아! 저거저거, 저거 먹자!"
다급한듯 방방뛰며 손가락으로 가리킨 그 끝에는 붕어빵을 파는 작은 포장마차가 위치해있었다
"붕...어빵? 먹고싶어?"
고개를 한번만 끄덕여도 알아들을 것을 강조라도 하듯 서너번을 크게 끄덕이며 대답도 두번...
"응,응!"
두손을 앞으로 가지런히 모으고 눈을 초롱초롱 빛내는것이 주인이 쓰다듬길 기다리며 꼬리를 연신 흔들어대는 강아지의 모습이 떠올랐다
'아...안돼! 하인이와 강아지의 모습을 겹쳤다간!?!! 이...이성이 날라가버려엇!!'
순간 강아지귀와 꼬리를 하며 머리를 쓰다듬어주길 기다리는 하인의 모습이 머릿속에서 펼쳐지며 실가닥같이 아슬아슬한 이성의 끈을 그는 붙잡고 있었다만 그 후의 상상은 그가 행한 필사의 노력을 무너뜨리기에는 충분했다
'멍-♥'
짧고 굵은, 뇌내에 울려퍼진 한 음절의 목소리가 평정을 유지하고있던 이성의 수면에 물결을 일으켰다
카페에서 먹은 커피의 효력보다 아마 백만배쯤은 높지않을까... 할 정도로 그의 얼굴은 그야말로 진홍 그 자체...
그의 맘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녀는 추위에 오랫동안 있어서 생긴 감기때문인지 알고 그에게 발돋움질을 하며 이마에다가 손을 올리려고 했다
"괜찮아? 열있는거같은데?"
그는 긴장한탓에 뒤로 재빨리 물러섰고 그 탓에 몸의 중심을 잃으며 동시에 바닥에.깔린 얼음에 발이 미끄러진 하인은 시우쪽으로 넘어졌다
"조심해!"
다행히도 그녀가 완전히 넘어지기전에 겨드랑이에 손을 넣어 껴안는 형태로 그녀를 받혔다
"우으으..."
"다친덴 없어?"
시우의 몸을 지지대삼아 일어서며 그녀는 대답했다
"으,응..."
"넌, 내 걱정이나 할께아니라 자신부터 조심하라고... "
"이..이럴수도 있지!"
"언제나 말하지만 그게 한두번이여야 괜찮은거라고"
그래도 뭐...이런 점도 사랑스러우니까...
포장마차안으로 들어가자 아주머니한분이서 붕어빵틀에 밀로된 반죽을 노오란색 놋쇠 주전자로 부으며 붕어빵을 굽고계셨다
"어서오슈, 서로 사귀나벼? 잘 어울리네"
입가에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아주머니가 말하셨다
"아..아뇨, 그냥 친구사이에요"
조금 아쉽긴한 변명을 내뱉으며 그는 지갑을 열어 천원짜리 두장을 꺼냈다
"2천원어치 붕어빵주세요"
"알겠쇼, 잠시만 기다리게나, 금방 뜨끈뜨끈한거 뽑아줄테니..."
손놀림이 바빠졌음에도 아주머니께서는 그들에게 말을 걸었다
"근디, 워째 남자쪽이 추워보이는데..., 고 아가씨가 팔짱이라도 껴줘야되지 않것어?"
"사..사귀는 사이는 아니라, 좀 부끄러워요.."
"이봐, 총각, 애인있어?"
"아...아뇨?"
"그럼 아가씨는?"
"저..저도..."
"그럼 볼장다봤구먼?사귀지않고 뭐한데냐? "
무어라 변명을 하고 싶었지만 막상 할 말은 없었다
그렇게 머뭇거리는 동안 아주머니는 하얀 종이봉투에다 2천원어치 붕어빵을 넣었다
"팔짱끼며언 하나추가, 뽀뽀하며언 두개추가, 키스하며언 세개, 아니 선심썼다 네개 얹어준다!"
"하하, 괜찮아요, 죄송스럽게 어떻게..."
거절을 하려는 그와반대로 하인은 팔짱을 껴주길 바란다는 듯 손으로 허리를 짚으며 몸과 팔사이에 구멍을 하나 만들었다
"빠..빨리 안하고 뭐해!"
"호오, 아가씨가 적극적이시구먼"
"그..그럼..."
조심스럽게 그녀와 팔짱을 끼었다
키 차이가 나는지라 시우의 팔에 하인이 선을 걸친듯한 꼴이 되었다
킥킥킥 하며 기분좋은 웃음을 지으시던 이주머니는 봉투에 붕어빵을 두개더 담아주셨다
"하나는 써비쓰니께 자알 노나먹어"
"예, 감사합니다"
가볍게 고개를 숙이고 나오는데 아주머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팔짱 도로 풀면 다시 가져갈테니 그리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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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으음..."
한쪽팔은 시우와 팔짱을 낀체로 한쪽팔은 붕어빵을 잡으며 길을 걸었다
맛은 있는지 그녀 혼자서 벌써 4개째나 먹고 있었다
"체하겠다, 좀 천천히 먹어..."
"그치만, 맛있다구..."
그녀는 조금 머뭇거리다가 자신의 손에 들고 있던 붕어빵을 입에 물고는 종이봉투에서 붕어빵을 하나꺼내 그에게 내밀었다
"자, 먹어봐! 말로 표현하는것보단 맛보는게 백번은 낫겠지!"
붕어빵의 머리부분이 그의 입속으로 쏙 들어갔다
"자..잠까- 으븝!? 퀅!? 흐..흐어워!!!"
만든지 얼마 지나지 않은 붕어빵이였기에 그 안에 들어있던 팥 고물들은 철판위의 뜨거움을 아직도 간직하고 있었고 그 열은 고통이되어 시우의 혓바닥과 입천장속에 고스란히 전해졌다
그리고 그 붕어빵이 목구멍을 타고 내려가며 돌이킬수 없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말았다
"뜨..뜨거워어!! 무.. 무울!!!"
급하게 물을 찾았지만 그들이 물을 가지고 오지않은이상 물이 땅에서 솓구치거나 하늘에서 비가 되어 내릴일은 없었다
자신의 잘못으로 조금, 큰일이 되어버린 하인은 허둥지둥 대다가 좋은 생각이 낫다는듯 어젯밤동안 쌓인 눈의 표면위에 묻은 먼지를 털어내고 한 웅큼 눈뭉치를 잡아 그의 입속으로 투하했다
실상은 키차이 때문에 시우의 얼굴에 눈뭉치를 던져버린 꼴이 되고 말았지만...
그래도 그 덕분에 뜨거운 느낌이 줄어들며 난동을 피우던 그의 움직임이 줄어들었다
그 대신...
"엣쵸-!"
감기에 걸린듯 재채기가 나와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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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흐으응-!
끊이질 않는 콧물을 휴지 한조각에 풀어버리며 그는 몸을 떨었다
찬 공기를 너무 쐬기도 했거니와 결정적으로 , 그녀가 날린 눈뭉치가 녹아 옷이 젖어버렸다는 이유로 감기에 들어버린것이다
"괘..괜찮아? 집에 갈까?"
"아니, 멀쩡해, 감기정도야 한두번 겪은 일이 아니니깐"
훌쩍-
"그..그래도오..나중에 심해지는것보단 났잖아..."
"괜찮대도"
그는 자신의 몸이 멀쩡하다는것을 보여주기라도 하려는듯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뭐.. 급조된 예정이긴했지만 쇼핑, 가야지"
시우는 머뭇거리던 그녀를 재촉하며 손목을 잡아끌었다
"우..우와앗! 자..잠깐만! 갈께 갈테니까!"
넘어질듯 말듯 휘청거리며 하인은 시우의 옆에 섰다
"고집스럽기는..."
"너야말로! 내일 앓아눕기만 해봐아!"
ㅡㅡㅡㅡㅡㅡㅡㅡ..
지금 손이 오그라드러서 턱으로 올립니다 ㅋㅋㅋ
또한 주인공의 속마음을 표현할땐 작은 따옴표를 썻구요...
주인공의 심리까지 파악할수 있는 전지적작가시점이라고 이해해주시면 안될까요?... 저는 저렇게 안쓰면 심리묘사가 테러맞아서...
미천한 저의 한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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