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작가는 치토게의 행동을 나쁘게 생각 안 할 듯
지금까지 묘사된 것만 봐도, 작가는 치토게를 돌연 사라져 버려서 모두를 걱정시키는 민폐녀보다는 라쿠와 오노데라를 위해 본인이 희생하려 하는 비운의 히로인(?)에 더 가깝게 그리고 있다고 봅니다.
212화 내내 괴로워하는 치토게의 심리묘사 그려준 것도 그렇고,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라쿠한테 한 말이 본인이 중심이 되는 말이 아닌, 오노데라가 가까이 있는 데에 감사해야 한다고 울리지 말라고 하는 응원의 메세지였죠. 이렇게 미련 없이 깔끔하게 떠나는 것처럼 보이도록 해서 독자들의 감정이입을 유도한 것 같네요. "이 둘을 위해 치토게가 희생하는구나ㅠㅠ"라고 느끼도록. 실제로 치토게 동정론도 꽤 있으니 반쯤은 성공했다고 봐도 될 듯.
213화도 마찬가지. 그렇게 아무 말 없이 사라지고 휴학계까지 내는 건 말이 안 되는 상황에서 등장인물 그 누구도 치토게를 제멋대로라고 생각하지 않음. 오히려 모두가 걱정만 하고 있죠. 게다가 치토게의 부재 상황에서도 기어이 치토게 감정 표현하겠다고 '일기'라는 소재가 등장. 이로써 작품 초기의 아이템+1학년 때의 추억 회상 버프로 인해 아련하게 만드는 효과가 up되고... 라쿠의 울 것 같은 표정까지 더해서 치토게의 막무가내 행동은 완전히 가려짐.
사실 이야기를 더 매끄럽게 진행하려 했다면, 치토게가 막나가는 척 하면서 라쿠한테 대놓고 "나 좋아하는 사람 있다고 했잖아? 그러니까 가짜 연인 따위 그만두자. 너도 네가 좋아하는 사람이랑 잘해보든가." 이런식으로 차갑게 말하고 라쿠를 억지로 외면하는 편이 더 나았겠지만...
작가가 필사적으로 "치토게는 나쁘지 않아! 치토게는 착한 아이야!"라고 강조하려 해서 이런 무리수 전개가 나온 것 같네요.
덧붙여 치토게는 라쿠의 뒷말을 못 들은 상태, 즉 오해를 하고 있는 상황인데 이 '오해'라는 것 자체가 치토게에게 힘을 실어주는 소재임. 해피엔딩인 이상 결국엔 필연적으로 풀릴 테니까요. 이별 또한 재회가 약속된 클리셰고, 그 사이에 '이별을 통한 자각'이 나올 확률이 크죠. ~메인 히로인이 떠난 사이에 다른 히로인이랑 잘돼서 결국 메인 히로인은 잊었다~ 같은 결말이 나올 리가 없으니. 뭐...결국 작가는 클라이맥스는 치토게한테 다 몰아주기로 작정한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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