헛소리 좀 씨부리겠음
내가 마다라를 응원하는 입장이긴 하지만,
무한 츠쿠요미는 잘못된 게 맞음.
더 자세히 말하자면 실패한 대안으로서 주인공 앞을
가로막는 역할이지.
'이런 끔찍한 세상에 꿈 속에서라도 행복할 수 있으면
다행 아니냐' 고.
물론 어느정도 보장된 삶을 사는 독자 입장에서야
개소리겠지만 그렇다고 생각할 가치조차 없는 떡밥은
아니라고 생각함. 이와 비슷한 문제는 다양한 매체에서
조금씩 변형된 모습으로 보여졌으니까.
물론 주인공은 부정해야지. 나루토는 자기 입으로
평화를 이룩하겠다고 해왔고, 많은 독자들이 그걸
기대해왔음. 4차대전은 무한 츠쿠요미의 거짓된 평화와
나루토의 평화 방법론이 정면 충돌할 좋은 떡밥이지.
하지만 후반들어 지독하리만큼 졸렬한 마을들을 비춰주고
주인공도 맛이 가기 시작함. 게다가 어떻게 하겠다는
제시도 없어. 현실에서도 힘든 거 아니냐고? 맞아.
그럼에도 이 현실에서 최소한의 정론으로나마
어떻게 해야 한다는 의식을 가진 사람들이 있고
그것만이라도 표현해줬으면 좋았을 걸, 그마저도 안 함.
마다라는 만화 속에서 허구한 날 들먹인 '증오의 연쇄' 를
해결할 방안을 찾아왔다. 언뜻보면 달콤한 거 같으면서
인간의 의지라는 부분을 완전 거세한 그야말로 꿈같은 방안을.
그저 꿈이기 때문에 안된다고? 그거 하나 갖곤 부족해.
왜냐면 누군가 좋은 말을 해줬는데 그저 부정만 할 거라면
병폐 가득한 구체제를 옹호하는 거 아니냐고 하더라.
나도 여기에 동의해. 그니까 무츠를 부정하면서 구체제의
병폐를 어떻게 하겠다는 방안이 있어야지.
(개인적으론 인간의 옳고자 하는 의지를 믿는다며
가슴 뜨거워지는 말이라도 해주길 바랐는데 이미 나루토도
나루토가 신뢰하는 마을도 옳음과는 거리가 백만광년
멀어져서...)
마다라는 생각해 왔지만 작가의 분신인 나루토는 아무
생각이 없다. 무한 츠쿠요미에 설붕까지 일으키며
뒤늦게 꺼림칙한 설정 덧붙이고 그냥 주인공이라서
잘 됐습니다로 끝났지.
도무지 설득력이 떨어지는 거야. 드라마에서도 왠지
주인공만 운수가 좋고 하는 일 딱딱 떨어져 잘 되고 그러면
각본 욕하잖아, 저게 뭐냐고. 나루토를 보면서도 똑같은
생각이 들게 하는 거지. 만화라지만 그 세계 자체는
살아숨쉰다는 '몰입'이 돼야하는데 그저 외부세계에서
제3자가 개입하는 극같은 느낌이 드는 거지. 도저히
작품 안에서만 볼 수가 없음. 여기서 자기 애캐 실드 한 번씩
쳐봤을 거다, 작가 탓이라고. 그런 거지.
물론 작품 외적에서 보는 게 잘못된 건 아니지만
변명, 해명을 하기 위해 작품 바깥의 영역, 특히 작가를 끌고
오게 되는 순간에 그 작품은 어딘가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해, 난.
궁극적으로 내가 저번에 '마다라는 잘못한 게 없고 만화가 잘못'
이란 댓글을 썼는데 그게 유난히 비추가 많이 달렸길래
이런 맥락에서 그런 댓글이 나왔다고 말하고 싶어서 써본다.
마다라는 악당 역할에 충실했다. 근데 그 뒤 전개가 망한 거라고.
마다라를 주인공이 정면으로 격파한 게 아니라 꼼수 써서
옆길로 샌 거지...
그리고 무한 츠쿠요미에 대해 조금만 긍정적이면 물어뜯는
분위기도 환기시킬 겸.
더는 기력 떨어져서 진지 빠는 글 안 쓰려고 했는데
마지막으로. 아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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