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o} 호프 후기.
저는 영화든 만화든 소설이든 무언가 매체를 볼 때마다
여기서 다른 행동했으면 어땠을까?를 상상하면서 보거든요.
그런데 그런 상상중 많이 하는 카테고리가
'여기서 주인공이 개추하게 도망가면 어떨까?', '진지한 상황인데 여기서 주인공이 쪽팔리게 넘어지면 개웃길듯 ㅋㅋ'
이런 짜치는 쪽으로 돌발행동해서 웃겨지고 아무도 다음 내용을 예측하지 못하게 하는 쪽인데요.
이런 상상을 많이 하긴 해왔지만 그렇다고 이걸 기대하고 진짜로 구현되길 바란 적은 없었어요.
가끔 저런 전개를 보여주고, 그래서 웃기다고 평가 받는 작품도 존재는 하지만
전부 작품 자체가 망가지고 완성도가 박살나고 다음 전개가 기대 안되는 상황에서
딱 저 '짜침에서 오는 재미'만 얻어낸 거였으니까요.
요약하자면 '짜침에서 오는 재미'라는 건 실존하고 저는 이걸 정말 재밌게 소비하긴 하지만
작정하고 완성도까지 챙기며 만들 요소는 아니기에
가능 불가능 여부를 따지기 전에 애초에 의도하고 구현하는 걸 기대하긴커녕 상상한 적조차 없다고 할 수 있겠네요.
그런데 나홍진의 호프는 이걸 의도적으로 구현했어요. 작품의 완성도는 떨어뜨리지 않으면서 완벽하게요.
솔직히 처음~황정민 겁먹어서 집 못들어갈 때까지는 긴가민가했었는데 활잡이 아저씨랑 황정민이 동네주민 아저씨 벌집 만들고 남탓하는 씬부터 이 의도가 맞다는걸 깨닫고 폭소하면서 봤어요.
특히 새벽이가 억텐 대사 치는 파트들은 다 웃겼어요. 저런 대사에 연기력이 돋보일 수 있다는 것도 놀라웠고요.
근데 그렇다고 순수 코미디 영화냐? 하면 외계 크리쳐를 상대하는 게릴라전 연출도 엄청 재밌고 긴장감 있게 봤어요.
한번씩 CG가 뭉개지는 파트가 있긴 했어도 디자인이나 CG퀄이 크게 나쁘지도 않았고
외계인들 질주 장면의 속도감이나 주연들 공격이 먹힐락말락 하면서 액션 씬도 잘뽑았고요.
특히 조인성의 마상 사격 액션씬이랑 경찰차 매달려서 사격 씬은 어지간한 액션 영화, 히어로 영화 하이라이트 이상이라고 봅니다.
그리고 앞부분에서도 위에 말했듯 저 '짜침에서 오는 재미'의 구현을 정말 감탄하면서 봤지만서도 어느 정돈 틀이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최후반부 고양이 피하려다가 조인성 부츠만 남기고 추락/쿠알의 함선 침몰/조르와 마베이요의 대화/새벽이의 경찰서장 위로 파트에서는 정말 나홍진에게 완벽히 패배했다, 예상을 깨고 짜침에서 오는 재미를 구현하는 면에선 아무도 이길 수 없다라는 생각만 들고 계속 웃게 되더라고요.
본편에서도 이미 이런 생각을 했는데 쿠키영상을 보고 다시 한 번 패배하고 웃고 말았습니다.
전 워낙 재밌게 봐서 장점만 말한 것 같은데
아쉬운 점이라면 외계인들 줄곧 속도감+펀치력을 강조한 거에 비해 모든 질주 씬에서 도로에는 어떠한 타격도 없는게 너무 아쉽더라고요. 저는 이런 류 거대크리쳐가 질주할 때 땅에 각 생물에 맞게 파이거나 긁히는 자국 남는 연출을 좋아하는데 없으니까 그냥 허공을 미끄러지는 느낌이 났어요.
그리고 뭐 당연한 얘기지만 이 영화를 블록버스터/SF/액션 등등 어떤 한 장르로 상정하고 그 장르 영화의 장르적 재미를 기대하고 갔다면 무조건 실망하고 불호일 수밖에 없단 점은 동의합니다.
하지만 2시간 30분동안 나를 얼마나 즐겁게 해주었느냐?, 속편이 나온다면 볼 의향이 얼마나 강하냐?로 영화를 평가한다면 가히 전 올해 본 영화 중 최고 반열에 넣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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