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o} (초장문) 오디세이 후기
일단 흑레네는 트로이 전쟁이 헬레네 때문에 전쟁한 게 아닌
헬레네는 그냥 명분이고 트로이의 무역로를 그리스가 가져오고 싶어서
전쟁을 했다는 설정이기 때문에 개연성에는 문제없습니다만
그걸 감안해도 너무 좆같이 생겼고 진화도 덜 된 것 같이 생겨가지고
생각깊은척 불쌍한 척 할때는 싸대기를 때려주고 싶었네요
아테나는 빈말로도 이쁘지는 않지만 보다보면 정들고 나름 위엄이 느껴져서 괜찮았습니다
그리고 매끈하고 번쩍거린다는 그리스군 갑주는
일단 제일 화제가 되었던 아가멤논은 심하긴 하고
나머지는 논란을 알고 봤으니 이상한게 느껴지긴 했지만
다른 거에 집중하면 많이 거슬리지는 않습니다
아가멤논은 일부러 진하고 검은 반딱거리는 갑주를 씌워서 얼굴을 잘 안 드러나게 하는데
비정하고 비인간적인 놈이라는 걸 강조하려는 연출의 일환으로 보이고요
나름의 의도는 있는 것 같습니다
아가멤논이 살아있을 때에는 인간다운 인간이라기보다 다스베이더에 가까운 느낌을 풍기기를 원했던 것 같네요
+추가)지금 찾아보니 다스베이더 떠올리는건 저만 그렇게 생각한 게 아닌듯
간지라면 간지긴 한데 어색하고 이질적인 것도 맞는듯하네요
극초반에 텔레마코스가 칼싸움 연습하는 건
영화 트로이의 오마주가 아닌가 싶고요
시인이 중간중간 트로이 전쟁을 노래하면서 쥐고있는 지팡이로 바닥을 소리나게 찍는데
역사적으로 시인들이 그 박자와 서사시의 운율을 맞춰서 노래를 불렀다고 합니다
마지막에 오디세우스가 구혼자를 다 죽이고 따까리들이 쿵쿵 소리를 내는 것도
오디세이라는 새 서사시의 탄생을 기념하는 그런 연출인듯 합니다
폴리페모스나 키르케 등등 원작의 모험담은 대체로 재밌게 잘 살렸네요
각색이나 변형도 다 납득할만 하고요
그런데 오디세이는 근본적인 도덕관에서 원작과 다릅니다
스킨은 그리스 스킨이지만 오디세이의 사상은 기독교적이라고 느껴지는데
영화에서 포장은 손님을 환대하는 것이 제우스의 질서다, 자기가 대접받길 바라는대로 손님에게도 대접해줄 것
뭐 이렇게 언급됩니다만 내용을 보면 기독교 황금률이지요
영화에서는 이 황금률을 제우스의 법도라는 명목 하에 작품의 중심 사상으로까지 격상시킵니다
그래서 트로이의 목마 작전도 원작의 감성으로는 머리굴려서 트로이 애들 싹다 죽여버렸으니 당연히 자랑거리인데
영화에서는 제우스의 법도를 어긴 것이라면서
전쟁범죄자 패거리의 두목 오디세우스가 죄책감에 시달리는 계기가 됩니다
그 외에도 기독교 모티프는 꾸준히 나온다고 생각하는데
이타카에 도착하기 전 마지막 항해에서는 어설픈 뗏목을 타고 나가서 몸이 물에 푹 잠기는데 마치 세례를 받는 것 같지 않나요?
원작에서는 장성한 아들이랑 같이 학살대잔치를 벌이는데 (이게 일종의 자랑스러운 성인식입니다)
영화에서는 너까지 손을 더럽힐 필요는 없다 제우스의 법도를 어기는 건 나 하나로 족하다
이러고 실제로 거의 혼자서 다 죽여버리고
마지막에 나는 제우스의 법도를 어기고 손님인 구혼자들을 다 죽여버렸는데 어떻게 왕을 할 수 있겠냐 그냥 서쪽으로 떠날게
이러는데 이것도 변형된 예수의 대속으로 보이네요
심지어 제우스의 법도와 질서가 붕괴해서 해양 민족들이 그리스 문명을 해체할 거고 암흑시대가 찾아올 거라는 암시까지 넣는데
(역사적으로 트로이 전쟁이 벌어졌다고 전해지고 신화의 주 무대인 미케네 문명 시대랑
페르시아 전쟁, 소크라테스 등등으로 대표되는 고전 시대 사이에
호메로스가 활동하면서 트로이 전쟁과 오디세이아를 노래로 전달한 암흑시대가 끼워져 있는데
그걸 영화에서 암시하는 메타적 발언입니다)
너무 오바스럽지 않은지
아무튼 이렇게 기독교적 현대적 도덕관으로 그리스물을 빼고 새로 염색한게
영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는지 따져보면 아닌 것 같네요
그렇게 죄책감에 시달리고 손님 접대를 따지는 깊은 인간이 집에 돌아와서는 할건해야제... 하면서 구혼자들을 몰살하는 것보다는
직선적인 인과응보나 징악의 감성이 지배하는 가운데에 너무나도 싸가지없던 구혼자들을 죽이는게 더 올바르고 좋은 방향이라고 생각됩니다
3시간동안 지루한 부분이 별로 없고 꾸준히 재밌고
마지막에 싸움도 할 때는 제대로 해줘서 실망스럽지는 않지만
훨씬 더 재밌게 만들 수 있었는데 너무 많은 걸 담으려다가 성공하지 못한 느낌이 듭니다
사소한 각색들은 다 좋았지만 오디세우스를 죄책감에 시달리는 참전용사로 만든 건 별로였네요
재미를 어느정도 포기하고 예술성?을 챙기려는 시도인 건 알겠지만 그냥 재밌게 만드는게 더 좋았을 거라고 봅니다
그리고 저는 일반관에서 봤는데 이걸 굳이 아이맥스로 볼 필요는 없을것같네요
풍경이나 빛깔이 그렇게 좋지도 않고 그리스나 지중해 느낌도 많이 안 나고요
이타카의 왕궁은 지중해식 저택을 기대했는데 무슨 디아블로 철벽의성채 느낌으로 나오더군요
놀란이 원래 어둡게 찍는 인간인 건 알지만 너무 어두컴컴해서 나중에는 진절머리가 났습니다
어쨌든 결론적으로 재미도 있고 안보면 아쉬울 영화라고는 생각합니다
사실 혹평을 많이 적어두긴 했지만 제 평점은 10점 만점에 8점이네요 봐서 재밌고 좋았습니다
아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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