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러시아, 현대차 공장 매각 사실상 거부했다
러시아 정부가 현대자동차의 러시아 공장 매각 신청을 사실상 거절한 것으로 파악됐다. 도요타·닛산·르노 등에 이어 최근 폭스바겐의 철수로 현재 러시아에 남아있는 글로벌 완성차 공장은 현대차 뿐이다. 전쟁 장기화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어 현대차로서도 현지에서 더 이상 버티기 어려운 상황이라 새 출구전략을 모색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21일 재계 고위관계자는 "현대차 러시아 공장을 카자흐스탄 기업에 매각하는 방안에 대해 러시아 정부가 최근 승인을 사실상 거절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현대차가) 러시아 현지 국영 기업 등에 새로운 방안을 모색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카자흐스탄 매각 건이 좌초된 건 우크라이나에 대한 한국 정부의 무기지원설이 러시아 정부의 심기를 건드린 게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현대차는 밀접한 관계를 맺어온 카자흐스탄 기업 아스타나모터스에 향후 되사는 조건으로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 매각을 추진해 왔다. 이는 현대차의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는 '우회로'로 여겨왔던 해법이다.
하지만, 러시아 정부가 승인을 거부한 것으로 파악되면서 현지 시장 철수는 다시 미궁으로 빠져들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 빠르게 발을 뺀 글로벌 완성차들과 달리 현대차는 사태를 관망해 왔다. 현대차와 기아가 지켜온 '러시아 시장 합산 점유율 1위'를 포기하기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고위 외교 소식통은 "최종적으로 매각 불승인을 통보했다기 보다는 협의가 더 필요한 상황으로 안다"며 "러시아 정부가 새 매각 규정을 들이대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러시아 정부는 우크라이나 사태를 기점으로 외국 기업의 러시아 내 자산 매각시, 자산 가치를 50%만 인정하고 매각 대금의 10%를 러시아 정부에 내도록 하고 있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최근 폭스바겐과 러시아 정부간 협상이 현대차에 시사점을 주는 것으로 보고있다. 폭스바겐은 러시아 정부의 '발목잡기'로 수 개월간 러시아 공장 매각을 진척시키지 못했다가 이달 중순 극적으로 매각 합의를 이끌어냈다.
앞서, 현대차는 동유럽 시장의 교두보 마련, 첨단 우주 항공 관련 기술 도입과 관련한 러시아 측의 협조 확보 등 전략적 목표 아래 지난 2010년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연산 20만대(200만㎡)규모의 완성차 공장을 구축했다. 계열사인 현대모비스, 현대위아 등 계열사들도 동반진출하는 등 러시아 시장에 공을 들였다. 이어 지난 2020년 11월에는 연간 30만대 생산체제 구축을 목표로 제너럴모터스(GM)의 현지 공장(10만대 규모)까지 사들였다. 하지만 곧이어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가 터지면서 서방의 제재로 인한 부품 수급의 어려움 등으로 지난해 3월부터 공장 가동을 무기한 중단했다.
어느 병신 말한마디때문에 기업이 작살나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