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o} [전지적 독자 시점] 김독자
말은 그럴듯했지만, 사실은 버려진 세계 따위 자기가 알 바 아니란 소리였다. 실제로 ‘멸살법’의 어디에도 놈이 회귀한 후의 세계에 대해서는 확실한 이론적 언급이 없었다.
과학이든, 마법이든, 뭐든.
내가 불안한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었다.
회귀자가 사라진 후의 세계는 어떻게 되는 걸까?
회귀자와 함께 리셋되는가?
아니면 또 다른 평행우주의 분기로 갈라지는가?
후자라면 차라리 다행이지만, 만약 전자라면 내 존재는······.
이 '벽'을 부수고, 그 너머로 나아갈 동력이 필요했다.
[당신은 '이계의 신격'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유중혁은 '이계의 신격'이 되었다.
자신이 살아온 무수한 세계선을 부유하게 되었으며.
마침내는, 유중혁이 아니게 되었다
[너희는 모르겠지만, 세계선은 매순간 태어나고 있어.]
“······매순간?”
[그래, 세계 내의 존재가 어떤 선택을 할 때마다, 계속해서 새로운 세계선들이 태어나고 있다고. 유승이 네가 동전을 던질 때조차 새로운 세계선은 태어나고 또 멸망하고 있어.]
세계선이란 곧 선택의 분기마다 갈라지는 나뭇가지와 같은 것이라고, 비유는 설명했다.
깜짝 놀란 김남운이 나를 손가락질하며 물었다.
“다른 세계서언? 그건······ 평행우주······?”
“비슷해.”
간단한 생물 지식도 없는 김남운이 평행우주를 알고 있다는 사실에 나는 탄복했다.
무수한 수의 세계선이 존재하고 그 세계들은 등장인물들의 선택에 따라 평행세계들로 분기함
[제4의 벽]은 그게 무슨 뜻인지 가늠하는 듯 잠시 침묵하더니 대답했다.
「이 곳에 ‘출입’의 개념은 없 어.」
“뭔 소리야?”
「여 긴 꿈 의 성소(聖所). ‘가장 오래된 꿈’이 잠드 는 곳.」
녀석의 말을 들으며, 나는 천천히 깨달았다.
‘멸살법’과 관계된 모든 세계선은 ‘가장 오래된 꿈’의 꿈이다.
「모든 세계는 이곳에서 태어난 꿈.」
스팟, 하고 지하철의 모든 창문이 일제히 화면으로 뒤바뀌었다.
처음에는 지하철의 특정 구간에 삽입된 타스 광고인 줄 알았다. 창밖으로 흘러가는 시나리오의 풍경들. 하지만 광고 따위가 있을 리 없었다
「그는 ‘가장 오래된 꿈’이었다.」
나는 떨리는 걸음으로 창을 향해 다가갔다. 수면처럼 가볍게 떨리는 화면은 언제든 내가 망가뜨릴 수 있을 것처럼 연약해 보였다.
「김독자는 두려웠다.」
누가 말해주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이 세계의 모든 ‘이야기’는 독자가 읽기에 비로소 존재한다
「그가 보지 않으면, 세계는 멈춘다.」
끊임없이 세계를 바라보고, 꿈을 꾸는 것.
「그것이 바로 ‘가장 오래된 꿈’이 짊어진 무게.」
나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 떴다. 모두 내가 선택한 일이었다.
그리고 아무것도 보지 못하는 것보다는, 볼 수 있는 쪽이 당연히 낫다.
게다가 나는 모든 세계선을 관음할 수 있는 궁극의 성좌가 된 셈이니까······
나는 악귀처럼 울부짖으며 그 보호막을 향해 다가가 칼을 휘둘렀다. 세계와 세계가 충돌하며, 눈부신 섬광이 눈앞에서 터졌다.
[부러지지 않는 신념]의 칼날이 맥없이 부러져 하늘을 날았다.
나는 날아오르는 칼날 조각을 망연히 바라보았다.
「죽일 수 없다」
죽일 방법 같은 게 있을 리 없었다. 만약 이 모든 이야기가 어린 나의 꿈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이 세계의 모든 법칙은 어린 나에게 달려 있었다
그 모든 세계선을 꿈으로 생각해서 세계선을 유지하는 가장 오래된 꿈=김독자
무수한 세계선이라고 지속적으로 묘사함
추천0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