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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작인(小作人)의 딸 - 박영준
크리스 | L:57/A:444
143/3,430
LV171 | Exp.4% | 경험치획득안내[필독]
추천 0-0 | 조회 141 | 작성일 2019-11-06 05:3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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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작인(小作人)의 딸 - 박영준

소작인(小作人)의 딸

- 박영준

 

풀진()에 손가락이 까매지도록

김매고 돌아와

컴컴한 부엌을 더듬으며

독밑 바닥쌀을 박박 긁는 소작인의 딸인 이 몸은

저녁이나 먹어야 이 밤을 잘 수 있겠기에

보리 훑으러 간 아버지를 위해

이 저녁도

보리죽을 쑤고 있습니다.

뒷집 큰마당에 간 아버지와 오라버니

큰 집에 반작(半作) 떼어주고

나머지로 꾸어먹은 보리 다 물어주고

보리알 얼마나 찾아오려나

햇보리 났으니

얼마동안이라도 맘놓고 살아야 하겠건만

 

먹을 것 없고 쌀끝이조차 없는 이 집을

내 이 겨울 어찌 떠나가리

반오십(半五十) 넘도록 장가 못든 오라버니

솥 긁으라 버려두고

나 어린 이 몸이 그 시집을 어이 간단 말가

그래도 아버지 빚 갚으러

이 몸을 팔았다니

안 가지도 못할 것을

 

어머니나 살았다면

집떠나 돈 벌어서 몸값 묵고 편히 살 것을

어머니조차 없는 집이니

시집갈 날만 가까워 오는구나

빨래조차 할 이 없는

홀아버지 남겨두고

이 몸이 어찌 떠난단 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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