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CNN 인터뷰' 보도자료 배포, 실수와 고의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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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은 그러면서 “<시엔엔>(CNN) 인터뷰 기사는 출처를 <시엔엔>으로 하되, 대통령 발언은 저희가 제공한 내용에 기반해 작성해 주시기 바란다”고 공지했다. 그러나 <시엔엔> 인터뷰 기사는 공지된 내용과는 결이 달랐다.
“일시적으로 도발과 대결을 피하는 정책을 펴서는 안 된다. 북한의 눈치를 보며 지나치게 유화적인 정책은 결과적으로 실패했다는 것이 증명됐다”라고 공지한 내용은 실제 기사에선 이렇게 담겼다.
기자들이 “기사 원문과 해석이 다른 부분이 있다”고 문제를 제기하자,대통령실은 2시간여 뒤 “혼선을 드려 죄송하다”며 윤 대통령의 실제 발언록을 공개했다. 그러면서 <시엔엔> 질문에 “일시적인 도발과 대결을 피하기 위해서, 많은 사람들은 그걸 ‘굴종 외교’라고 표현을 하는데, 저쪽의 심기 내지는 저쪽의 눈치를 보는 그런 정책은 아무 효과가 없고 실패했다는 것이 지난 5년 동안에 이미 증명이 됐습니다”라고 윤 대통령이 발언했다고 정정했다. 인터뷰에서 문재인 정부를 지칭하는 ‘지난 5년’이나, ‘굴종 외교’라는 표현을 썼음에도, 민감성을 고려해 애초에 공개하지 않았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대통령실은 지난 21일 한-미 정상회담 때도 ‘특정 문구 누락’ 의심을 샀다. 당시 <워싱턴 포스트> 기자는 윤 대통령에게 내각의 남성 편중을 지적하며 “대선 선거운동 당시 여성가족부 폐지를 공약했다”고 질문했다. 하지만 당시 동시통역은 이 대목을 통역에서 누락했고, 대통령실이 배포한 자료에도 그 내용이 빠졌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동시통역을 그대로 옮긴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지만, 윤 대통령이 여가부 폐지 공약을 두고 홍역을 치렀던 탓에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겼다.
앞서 윤 대통령은 대선 직전이던 지난해 3월 공개된 <워싱턴포스트>와의 서면 인터뷰에서도 비슷한 논란을 자초한 바 있다. 당시 <워싱턴포스트> 기사를 보면 윤 대통령은 “페미니즘은 휴머니즘의 하나로, 성차별과 불평등을 현실로 인정하고 불평등과 차별을 시정해나가려는 운동을 말하는 것”이라고 언급하며 “그런 차원에서 페미니스트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워싱턴포스트>는 이 답변을 번역해 기사에 다음과 같이 실었다.
그런데 이후 선대본부는 ‘행정상의 실수’라고 주장하며 수정된 답변서를 공개했다. 거기엔 “그런 차원에서 페미니스트라고 생각한다”는 부분이 삭제돼 있었다. 기사를 작성한 <워싱턴포스트> 기자는 자신이 전달받은 해당 부분의 답변 원문을 공개하며 진실 공방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국어를 영어로 번역하는 과정에서 어느 정도의 차이는 피하기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연달아 불거지는 ‘뭉개기’와 ‘빼먹기’는 단순 실수일까.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는 <한겨레>에 “젠더 같은 주제를 예민하게 생각해 논쟁을 피해가려는 측면은 있어 보인다”라며 “의도가 있었는지와는 별개로 ‘회피 전략’으로 볼 수 있을 거 같다. 정부 출범 초기에 논란이 될 부분은 피해가려는 것은 당연할 수 있지만, 언제까지 양해하거나 봐줄 수는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어휴 쯧...