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가방

마나코는 기묘한 광경에 발걸음을 멈췄다.

고등학교 소프트볼 부의 연습이 끝나고 돌아가는 길.
이미 도시는 완전히 어둠에 가라앉아 있었다.
아침까지 내리고 있던 비가 아스팔트를 적셔,
포장된 도로가 가로등 빛을 받아 빛나고 있었다.

그 가로등 아래.
마치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듯 가로등 바로 아래에 왠 할머니가 서 있었다.

할머니는 커다란 검은색의 가죽가방을 가지고 있었는데,
필사적으로 그 가방을 난간 위로 밀어 올리려 하고 있었다.
그 부근은 정확히 용수로가 지나가는 곳이었는데,
아마도 할머니는 그 가방을 떠내려 보내려는 것 같았다.

기묘하다는 것은 바로 그 가방의 크기였다.
할머니가 가지고 다니기엔 너무 크다.
그리고 매우 무거워보였다.
마치 사람 한 명 정도가 들어있을 것 같은 느낌.

무서워진 마나코는 「도망쳐버릴까?」싶었지만, 이미 할머니와 눈이 마주쳐버렸다.
할머니는 가방을 땅에 내려놓고 미나코 쪽으로 몸을 돌려 깊숙이 머리를 숙였다.
도와드리는 수 밖에 없다.
마나코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할머니의 옆으로 다가갔다.

「이런 시간에 무슨 일이신가요?」하고 물어본다.
「죄송합니다…. 처음 뵙는 분에게 부탁드리긴 좀 그렇지만 도와주실 수는 없나요?」

「도와드릴게요. 이것인가요?」
「네. 이 가방을 강에 버려주셨으면 합니다.」
「가방을 강에…?」
「네…. 아무쪼록 부탁드립니다.」
「가방 안에는 무엇이 들어있나요?」
「아, 손자가 쓰던 물건입니다. 이젠 필요 없어져 버려서….」
「손자요….」
「네. 부탁합니다.」

할머니는 마나코를 향해 합장을 하며 고개를 숙였다.
마나코는 불안한 기분을 떨쳐버리지 못한 채, 가방을 들어올렸다.

역시, 생각대로 가방은 매우 무겁다. 
그리고 묘하게 부드럽다.
그 감촉은 기분 나쁜 예감이 들게 하는데 충분했다.

마나코는 가방을 천천히 들어올렸다.
사실 운동을 꽤 오래 해왔던 터라 마음만 먹으면 가볍게 들 수 있었지만,
왠지 모를 나쁜 기분에 천천히, 일부러 거칠게 숨을 내쉬며 난간 위 까지 올렸다.

힐끗 뒤를 돌아보니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라며 할머니가 고개를 숙이고 눈은감은 채, 합장을 하고 무엇인가 빌고 있었다.

마나코는 할머니가 고개를 숙이고 있는 것을 확인하고, 가방지퍼를 소리가 나지 않도록 살짝 열었다.

모포였다.
무엇인가를 모포로 싸 두었다.
마나코는 살짝 모포밑에 손을 집어넣어 보았다.
무엇인가 단단하고 찬 것이 손에 만져진다.

「무엇을 하시는 건가요?」

갑자기 뒤에서 할머니가 들여다보며 물었다.
자신도 모르게 나올뻔 한 비명을 겨우 죽였다.
 
「아, 저, 그게…. 어떤 물건인지 궁금해져서….」
「열어보셔도 괜찮습니다. 그저 몸을 단련하는 도구입니다.」

마나코는 인사를 하고, 모포를 살짝 넘겨 보았다.
확실히 안에는 덤벨이나 철로 된 아령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 외에는 아무것도 들어있지 않은 것 같다.

「손자는 자주 그것들로 운동을 하곤 했지요.」
「아…. 손자분은….」
「네. 어쩌다보니 지난달에 병으로….」
「실례지만, 손자분의 양친은?」
「그 아이들은 벌써 3년도 전에 교통사고로 두사람 모두….」
「…그렇습니까.」
「이제 나 혼자니…. 어떻게 할 수도 없어서.」
「그렇군요….」

마나코는 이제야 마음이 안정되는 것을 느꼈다.

할머니는 죽은 손자를 보내주려는 듯, 합장한채 눈을 감았다.

지퍼를 닫고 제대로 고쳐 잡은 마나코는, 가방을 천천히 난간으로부터 밀어냈다.
가방이 난간을 벗어나, 큰소리와 물보라를 일으키며 용수로로 떨어졌다.

「그럼, 이걸로 된 건가요?」

마나코가 돌아봤지만 할머니가 사라져 버렸다.

아니, 위다….
할머니의 몸이 허공에 떠 있었다.

합장을 한 채, 부들부들 격렬하게 몸을 흔들고, 
지면에서 떨어진 발은 떠오를 때의 반동으로 심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튀어나올 것 같은 눈알에서는 피눈물이 흘러나오고, 코피와 하나가 되어 옷을 빨갛게 물들였다.
 
그 목에는 검은 철사 줄이 매어져 있어 가로등 위를 지나 용수로로 향하고 있다.
할머니의 움직임이 멈추고 완전히 숨이 끊어질 때까지, 마나코는 자신이 비명을 지르고 있다는 것 조차 깨닫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