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토끼님의 열세번째 이야기 1
"후드득 -"
그날은 유난히도 비가 오고 아침인데도 밤같이 어둡고 흐리더군요.
아침에 일어나 방에서 나오자마자 인상이 구겨졌습죠.
"에이시.."
괜스레 짜증을 부리며 티비를 보고있던중,
"위이 - 잉"
문자가 왔습니다.
"야 선배들이 지하창고 청소하래 나와"
준호의 문자였습니다.
"왜 오늘 같은 날에 ㅡㅡ."
답장을 보냈지만 오지 않는 문자, 그에 찝찝함을 느끼며 서둘러 준비했습니다.
짜증이 배로 늘었고, 그렇다고 하늘같은 선배님들의 명령을 씹을수도없고. 빠르게 씻고 학교로 달려갔습니다.
친구 놈이 학교 정문에서 우산을 쓴 채 기다리더군요.
"제법 빠르게 왔구마"
무표정으로 말을 내뱉는 친구 놈을 보고 친구 놈 또한 컨디션이 좋지 않음을 느꼈죠.
그렇게, 서로 우산을 쓴 채 침묵을 지키며 운동장 중간쯤을 가로질러 가고 있을 때.
친구 놈이 침묵을 깼습니다.
"오늘 이건 아이다."
"뭐가?"
"하아. 기분 허벌나게 찝찝하구마.."
"나도 컨디션 망쳤어."
위로차 말을 해 주었죠.
그런 저를 친구 놈이 흔들림 없는 눈으로 바라보며,
"너 우리학교 지하창고 안들어가봤노?"
라고 묻더군요.
순간적으로 몸을 빠르게 내려치는 한기에 몸을 떨었습죠.
"뭐야, 창고는 창고지"
애써 모르고싶다는듯 제 입에서 말이 막 튀어나오더군요.
"참나."
친구 놈이 코웃음 치며 저를 보고 말하더군요.
"귀신 천지다 천지."
딱 - 한마디를 듣자마자 발이 우뚝 멈춰서지더군요.
"뭐야 그게."
초조하게 머릿속은 복잡하고 돌아가고는 싶은데 선배의 부탁이고,
저 멀리 나무 그네가 보이고. 마주본 채 세워진 기숙사들.
음침하기 따로 없는 학교의 모습에 겪었던 일들이 생각나며 머리가 아찔해졌습죠.
그런 저를 사정없이 내리치는 빗방울 소리들이 원망스럽기 짝이 없었죠.
"뭐하노 ! -"
어느새 저만치 지하로 가는 입구에 친구 놈이 서서 저에게 소리 지르더군요.
"아. 응,"
그제야 발이 떨어지더군요.
결국, 지하에 들어가게 되었고. 창고의 문 앞에는 상준이 , 준호 , 영진이가 기다리고 있었죠.
"이거 안 열려."
"키는?"
"여기"
친구 놈이 키를 가지고 문을 열려는데 이게 꿈쩍을 하질 않더군요.
"막고있구마."
"뭐가?"
".."
무응답. 그저 계단을 향해 다시금 밖으로 나가는 친구 놈
"나오나 ! 뒤 창문으로 들어가게"
터벅 - 터벅 힘없이 계단을 올라가는 친구들 뒷모습이 뭐 그리도 허전한지요.
그렇게, 나온 뒤. 저희 학교 뒤편에 지하 창고에 이어지는 비상용 계단이 있는데.
그 옆의 환기창문이 항상 열려있습니다. 환기창문 치고는 참 크지만요.
하여튼, 그곳을 통해 지하 창고로 들어가게 되었습죠.
지하 창고 뒷문 위에 비상구 표시가 있지요.
왜, 그 사람 달리는 모양 있잖습니까.
그 부분에 무언가 붙여있더군요. 누런색의 종이.
부적같이 생긴 이상한 종이였습죠.
"안 들어가?"
상준이가 말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친구 놈이 앞장서서 가더니만. 뒷문 앞에서 떡 - 하니 서서 들어가질 않더군요.
상준이가 먼저 들어갔고, 곧 저희들도 따라 들어갔죠.
"하아 -"
깊은 한숨을 내쉬며 어쩔수없다는듯 들어오는 친구 놈도 보였습죠.
"딸 - 깍"
먼저 들어온 상준이가 창고 모퉁이에 전등 스위치를 눌렀더군요.
또, 동시에 들려오는 이상한 기계음.
곧, 희미하고 미약한 불빛이 창고를 메웠습니다.
어찌도 그리 반갑던 지요.
또, 동시에 두렁한 지하 창고가 모두 들어났죠.
"왜이리, 더러워!"
준호가 안심한 듯, 짜증을 부리며 창고 모퉁이 쪽으로 가더군요.
"우리 뭐 해야 해?"
제가 물었습니다.
"농구공이랑, 배드민턴 채 정리하고 쓰레기 치우라는데?"
상준이가 자기 핸드폰에 온 문자를 보며 말했습니다.
"시작하자 !"
힘을 내기 위해 소리를 크게 질렀고, 지하 창고에 쩌렁 쩌렁하게 울렸습죠.
그렇게, 열 내며 치우고 있을 때. 문득 친구 놈이 보이지 않는다는걸. 눈치 챘습니다.
사방을 이리 저리 보던 중. 친구 놈이 가만히 서서 귀를막고 불안한 듯 고개를 여차래 좌우로 흔들며
무언가를 떨쳐 내려는듯한 모습이 보이더군요.
"야 ! 왜 그래 !"
친구 놈한테 소리를 질렀습니다.
상준이, 준호, 영진이가 모두 하던 일을 멈추고 친구 놈을 보더군요.
그러나 들리지 않는지요. 계속해서 땀을 흘리며 귀를막고 고개를 좌우로 흔들어 대는 친구 놈의 모습에
안쓰럼움과 동시에 소름이 쫘악 오르더군요.
결국, 친구 놈에게 다가갔습니다.
친구 놈은. 창고에 일렬로 배열되어있는 창고밀실쪽 가운데에 서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친구 놈 앞 쪽으로는 뻥 뚫린 좁은 길 이었죠.
친구 놈을 그곳을 뻔히 보며 고개를 좌우로 흔들기를 반복하더군요.
"왜 그래 !"
어깨를 때리듯 흔들었습니다.
"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