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토끼님의 열여섯번째 이야기 2 (사진 주의)
반사적으로 놀란 제가 소리쳤습니다.
“뭐가?”
무슨 일인가 하는 표정으로 저를 보고 준호가 묻더군요.
미칠 노릇이죠.
“이 소리 안 들려? 발소리 나잖아!”
“뭔 헛소리야! 겁주지 마!”
식은땀이 줄줄 흐르기 시작하더군요. 그때- 제 옆에 친구 놈이 말했습니다.
“니들 구술 버렸노?”
“아, 응. 미안 왠지 너한테 받은 물건은 좀 무서워서..”
“나도 같이 버렸는데?”
그랬더라고요. 친구 놈이 준 구술을 가지고 있던 건 저와 상준이 뿐. 영진이와 준호는 버렸다고
하더군요.
“아.. 이게 무슨소리야..”
티격태격 말씨름을 하던 중, 정색한 상준이가 천장을 바라본 채로 말하더군요.
그 말을 들으니, 갑작스럽게 다리에 힘이 쭉- 풀렸습니다.
다행히, 친구 놈이 지탱해줘서 쓰러지지는 않았지만 괜스레 힘이 쭉- 빠지더군요.
“괜찮다. 별 짓 안하면 헤치지는 않을 끼다.”
다른 사람도 아닌 친구 놈한테 그런 말을 들으니 어찌도 그리 안심이 되던 지요. 그러던 때- 정말
원망스럽게도 상준이가 이상한 말을 계속해서 중얼거리더군요.
“이거, 발소리야…….?”
“아이다.”
친구 놈이 대답했습니다.
“왜 자꾸 저 곳에서만 소리가 나는데?”
눈이 핑- 풀린 상준이가 흐르는 눈물을 눈치 채지도 못하고 소리가 나는 천장을 가리킨 채로 물
었습니다.
“달리는 게 아이다. 계속 박고있는기다.”
“뭘..?”
“머리말이다. 머리.”
-쿵
말 그대로 몸이 흔들렸습니다. 아이들은 어느새 걸음을 멈춘 지 오래였고 서서 서로의 얼굴을 바
라볼 뿐 이었죠.
그리고 머릿속에 상상하고 싶지 않은 모습들이 주마등처럼 빠르게 지나치더군요.
무언가가 바닥을 향해 엎드려 계속해서 머리를 박아대는 모습이 말입니다.
그렇게 한참을 듣고 있는데, 어느 순간 소리가 멈추더군요.
“멈췄어.”
상준이가 말했습니다. 그제야 정신이 돌아오는 건지, 눈물을 닦으며 싱긋 웃더군요.
그때-
“쨍-그랑!!”
결국, 사고를 치고 말았습니다.
저희 이야기가 지루했던지, 준호와 영진이가 돌멩이를 창밖으로 던지고 놀다가 실수로 호텔 안
의 유리창을 깨 버린 겁니다.
순간적인 정적과 동시에-
“쿵! 쿵! 쿵! 쿵! 쿵!”
하고 다시는 듣고 싶지 않은 그 소리가 아까와는 전혀 비교조차 되지 않는 속도로 빠르게 들리더
군요. 더군다나 미치겠는 건- 이 소리가 2층에서 1층으로 내려오는 계단 쪽으로 이동하며 들린
다는 것.
“…….뭐야.”
그냥, 듣고만 있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발이 떨어지지가 않더군요. 그저- 저 멀리 떨어져 어둠에
싸여있는 계단을 바라볼 뿐 이었죠.
그리고
얼마 안가 계단에 무언가 미친 듯이 뛰어 내려오는 게 보였습니다.
그때부터 본능적으로 몸이 반응하더라고요.
'도망가'
라고 말입니다. 그 순간 제가 입구를 향해 뛰기 시작했고, 아이들도 놀란 지 소리를 지르며 같이
뛰더군요.
전 참 멍청이인가 봅니다. 그런 순간 까지 호기심은 절 주체할 수 없게 흔들어 대더군요.
달리던 중 뒤를 돌아 달려오던 쪽을 보았는데- 참 재수도 없지요.
하필 달빛이 깨진 유리창을 통해 복도를 밝게 비추는 구간에 '그것'이 나타났습니다.
웃고 있었습니다.
찢어질듯, 두 눈에서는 무언가가 뭐 그리도 흘러내리는지요.
또, 달려오는 모습이 참 기이하기 짝이 없었습니다.
팔이 있는 건지 없는 건지, 다리가 있는 건지 없는 건지 구분이 안 갈 정도로 심하게 달랑거리며
방향이 제각기 이상한 방향으로 꺾여있는 팔과 다리.
그러면서도 계속해서 히죽 히죽 웃어대며 달려오는 모습.
더군다나, 속도는 가히 저희보다 훨씬 빨랐습니다.
어떻게- 그 정도 거리였으니 달릴 여유가 있을 정도로 말입니다.
순간 구역질이 밀려오더군요.
그리고
조금씩
조금씩
벌려지던 입이 갑자기 쫙- 찢어지면서
저희를 향해 성대가 갈라질 정도의 높은 톤의 여자 목소리로-
“나가!!!!!!!!!!!!!!!!!!!!!!!!!!!!”
하고 소리를 지르더군요.
눈앞에 뿌예졌습니다. 두 눈에서는 눈물이 줄줄 흐르고 다리는 사정없이 복도를 내리 차며 달리
더군요.
달리고 달려 결국 입구를 뛰쳐나왔고, 멈추지 않고 도로까지 달리고 나니 그제야 다리가 멈추고
동시에 무너지듯 앉았습니다.
“아..미친..뭔데..”
“‥‥.”
다들 거친 숨을 몰아 내쉬기 바빴고, 안정을 되 찾은 뒤 버스를 타고 마을에 도착한 뒤 말 없이
서로 인사하고는, 헤어져 집에 돌아와 빠르게 잠에 들었습니다.
그리고, 꿈을 꾸었습니다.
벗어나고.
벗어나도.
끝이 없는.
그 복도를 사정없이 달리는
다시는 꾸고 싶지 않은.
그런 꿈을 말입니다..
이번 경험으로, 다시 한 번 '귀신' 이라는 존재를 자각하게 되었습니다.
흉가. 참 재미있는 장소 입니다.
올 여름, 짜릿한 경험을 느끼고 싶으신 분들은 이 폐호텔을 추천해 드리고 싶네요.
뭐, 결국- 1층만 둘러보고 재미있다는 지하실과 2층은 올라가 보지도 못한 제가 할 말은 아니지만요. (^^;)
'
'
'
다음날, 친구 놈에게 구술의 정체를 물어보니. 참으로 신선한 충격이었습니다.
“아, 그거 말이가?”
“응. 구술.”
“그거, 흐음.. 뭐라 말하누? 한마디로 말하자믄 귀신을 부르는 기다.”
'
'
'
'
'
'
'
'
'
'
'
'
다시는 친구 놈이 주는 물건 따위 받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다짐하는 저 였습니다.반사적으로 놀란 제가 소리쳤습니다.
“뭐가?”
무슨 일인가 하는 표정으로 저를 보고 준호가 묻더군요.
미칠 노릇이죠.
“이 소리 안 들려? 발소리 나잖아!”
“뭔 헛소리야! 겁주지 마!”
식은땀이 줄줄 흐르기 시작하더군요. 그때- 제 옆에 친구 놈이 말했습니다.
“니들 구술 버렸노?”
“아, 응. 미안 왠지 너한테 받은 물건은 좀 무서워서..”
“나도 같이 버렸는데?”
그랬더라고요. 친구 놈이 준 구술을 가지고 있던 건 저와 상준이 뿐. 영진이와 준호는 버렸다고
하더군요.
“아.. 이게 무슨소리야..”
티격태격 말씨름을 하던 중, 정색한 상준이가 천장을 바라본 채로 말하더군요.
그 말을 들으니, 갑작스럽게 다리에 힘이 쭉- 풀렸습니다.
다행히, 친구 놈이 지탱해줘서 쓰러지지는 않았지만 괜스레 힘이 쭉- 빠지더군요.
“괜찮다. 별 짓 안하면 헤치지는 않을 끼다.”
다른 사람도 아닌 친구 놈한테 그런 말을 들으니 어찌도 그리 안심이 되던 지요. 그러던 때- 정말
원망스럽게도 상준이가 이상한 말을 계속해서 중얼거리더군요.
“이거, 발소리야…….?”
“아이다.”
친구 놈이 대답했습니다.
“왜 자꾸 저 곳에서만 소리가 나는데?”
눈이 핑- 풀린 상준이가 흐르는 눈물을 눈치 채지도 못하고 소리가 나는 천장을 가리킨 채로 물
었습니다.
“달리는 게 아이다. 계속 박고있는기다.”
“뭘..?”
“머리말이다. 머리.”
-쿵
말 그대로 몸이 흔들렸습니다. 아이들은 어느새 걸음을 멈춘 지 오래였고 서서 서로의 얼굴을 바
라볼 뿐 이었죠.
그리고 머릿속에 상상하고 싶지 않은 모습들이 주마등처럼 빠르게 지나치더군요.
무언가가 바닥을 향해 엎드려 계속해서 머리를 박아대는 모습이 말입니다.
그렇게 한참을 듣고 있는데, 어느 순간 소리가 멈추더군요.
“멈췄어.”
상준이가 말했습니다. 그제야 정신이 돌아오는 건지, 눈물을 닦으며 싱긋 웃더군요.
그때-
“쨍-그랑!!”
결국, 사고를 치고 말았습니다.
저희 이야기가 지루했던지, 준호와 영진이가 돌멩이를 창밖으로 던지고 놀다가 실수로 호텔 안
의 유리창을 깨 버린 겁니다.
순간적인 정적과 동시에-
“쿵! 쿵! 쿵! 쿵! 쿵!”
하고 다시는 듣고 싶지 않은 그 소리가 아까와는 전혀 비교조차 되지 않는 속도로 빠르게 들리더
군요. 더군다나 미치겠는 건- 이 소리가 2층에서 1층으로 내려오는 계단 쪽으로 이동하며 들린
다는 것.
“…….뭐야.”
그냥, 듣고만 있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발이 떨어지지가 않더군요. 그저- 저 멀리 떨어져 어둠에
싸여있는 계단을 바라볼 뿐 이었죠.
그리고
얼마 안가 계단에 무언가 미친 듯이 뛰어 내려오는 게 보였습니다.
그때부터 본능적으로 몸이 반응하더라고요.
'도망가'
라고 말입니다. 그 순간 제가 입구를 향해 뛰기 시작했고, 아이들도 놀란 지 소리를 지르며 같이
뛰더군요.
전 참 멍청이인가 봅니다. 그런 순간 까지 호기심은 절 주체할 수 없게 흔들어 대더군요.
달리던 중 뒤를 돌아 달려오던 쪽을 보았는데- 참 재수도 없지요.
하필 달빛이 깨진 유리창을 통해 복도를 밝게 비추는 구간에 '그것'이 나타났습니다.
웃고 있었습니다.
찢어질듯, 두 눈에서는 무언가가 뭐 그리도 흘러내리는지요.
또, 달려오는 모습이 참 기이하기 짝이 없었습니다.
팔이 있는 건지 없는 건지, 다리가 있는 건지 없는 건지 구분이 안 갈 정도로 심하게 달랑거리며
방향이 제각기 이상한 방향으로 꺾여있는 팔과 다리.
그러면서도 계속해서 히죽 히죽 웃어대며 달려오는 모습.
더군다나, 속도는 가히 저희보다 훨씬 빨랐습니다.
어떻게- 그 정도 거리였으니 달릴 여유가 있을 정도로 말입니다.
순간 구역질이 밀려오더군요.
그리고
조금씩
조금씩
벌려지던 입이 갑자기 쫙- 찢어지면서
저희를 향해 성대가 갈라질 정도의 높은 톤의 여자 목소리로-
“나가!!!!!!!!!!!!!!!!!!!!!!!!!!!!”
하고 소리를 지르더군요.
눈앞에 뿌예졌습니다. 두 눈에서는 눈물이 줄줄 흐르고 다리는 사정없이 복도를 내리 차며 달리
더군요.
달리고 달려 결국 입구를 뛰쳐나왔고, 멈추지 않고 도로까지 달리고 나니 그제야 다리가 멈추고
동시에 무너지듯 앉았습니다.
“아..미친..뭔데..”
“‥‥.”
다들 거친 숨을 몰아 내쉬기 바빴고, 안정을 되 찾은 뒤 버스를 타고 마을에 도착한 뒤 말 없이
서로 인사하고는, 헤어져 집에 돌아와 빠르게 잠에 들었습니다.
그리고, 꿈을 꾸었습니다.
벗어나고.
벗어나도.
끝이 없는.
그 복도를 사정없이 달리는
다시는 꾸고 싶지 않은.
그런 꿈을 말입니다..
이번 경험으로, 다시 한 번 '귀신' 이라는 존재를 자각하게 되었습니다.
흉가. 참 재미있는 장소 입니다.
올 여름, 짜릿한 경험을 느끼고 싶으신 분들은 이 폐호텔을 추천해 드리고 싶네요.
뭐, 결국- 1층만 둘러보고 재미있다는 지하실과 2층은 올라가 보지도 못한 제가 할 말은 아니지만요. (^^;)
'
'
'
다음날, 친구 놈에게 구술의 정체를 물어보니. 참으로 신선한 충격이었습니다.
“아, 그거 말이가?”
“응. 구술.”
“그거, 흐음.. 뭐라 말하누? 한마디로 말하자믄 귀신을 부르는 기다.”
'
'
'
'
'
'
'
'
'
'
'
'
다시는 친구 놈이 주는 물건 따위 받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다짐하는 저 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