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o} 애니메이션 12화 감상
우선 이번에 직접 보니까 오히려 원작의 전개보다 애니메이션의 전개가 더 나아 보였던 점도 분명히 있었다.
원작에서는 박일표와 제갈택의 혈투와, 대회 운영진과 녹스의 대결이 코엑스라는 좁은 곳에서 벌어지는 사투였고, THE SIX는 박무진과 전재산 이외에는 비중이 없었지만, 애니메이션에서는 나봉침, 서한량까지도 전투에 참전시키며 이 전투가 엄청나게 중요하다는 느낌의 비장미를 더했고, 도심지를 누비며 진행되는 액션이 인상적이었다.
이 전개만큼은 보면서 원작보다 더 낫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너무 원작과는 달라서 이상하게 느껴지는 부분들도 역시 많았던 것이 사실이다.
우선, 원작처럼 네피림으로 해도 되었을 신을 굳이 새롭게 천수관음 같은 모습으로 바꾸었는데, 그렇게 인상적으로 리메이크까지 해주고 시키는 짓이 왜 몸통박치기 하나밖에 없는가? 그리고 천수관음의 얼굴이 갈라지면서 힌두교에서나 나올 법한 괴물이 튀어나오는데 이건 설마 애니메이션에서 묘사된 '붉은 날개'처럼 원작의 이후 내용을 암시하기 위해 넣은 특별한 복선일까?
만약에, 아주 만약에 원작에서도 이렇게 내용이 진행된다면 애니메이션에 그 영문 모를 장면을 충분히 넣을 만도 했다고 인정하겠다만... 과연 원작도 그렇게 될지는 모르겠다.
그리고 호조사 박일표가 제갈택에게 패배한 것은 당연히 나올 전개였지만, 원작에서는 박일표가 종반부에야 뒤늦게 깨어나기 때문에 진모리가 온 힘을 다해 열쇠를 박일표를 대신해서 지켜야만 하는 당위성이 있지만, 애니메이션에서는 진모리가 점혈 치료를 해주고 나서 박일표가 상당히 빨리 깨어났는데, 진모리에게 열쇠를 맡겨버린다.
박일표가 자신은 더 이상 제갈택을 이길 수 없고, 진모리라면 제갈택을 이길지 모른다고 생각해서 진모리에게 전투를 부탁했을 수도 있기는 하다. 그런데 진모리에게 전투를 맡기더라도 열쇠를 맡길 이유는 없다.
진모리가 열쇠를 흡수하고 사용하지도 못하기 때문에 열쇠를 진모리에게 맡겨 봤자 진모리에게 짐짝만 될 뿐이다. 진모리에게 열쇠의 힘을 쓰라고 박일표가 조언했다면, 차라리 그나마 그러려니 할 수 있었지만, 박일표는 정말로 열쇠만 진모리에게 맡겼을 뿐이다. 도대체 뭐 어쩌라는 것인가?
진모리가 싸우면서도 열쇠를 지키느라 신경을 쏟아야 하는데 사용하게 하지도 않을 것이라면 맡길 이유 따위는 전혀 없으며, 실제로 그 덕분에 제갈택에게 빼앗겼다.
차라리 진모리가 열쇠라는 짐짝이 없이 제갈택과 싸우는 동안에 진모리와 함께 싸워주거나, 그럴 수 없다면 자신은 열쇠를 숨기기 위해 도망치는 것이 나은 방법이다.
그리고 박승연, 류현복, 박승아를 위한 복수는 어떻게 된 것인가?
그리고 해태는 어째서 직접적으로 등장하지 않고 한대위가 '거대한 물방울'만을 다루고 끝나는 것인지 이해가 안 된다. 우리나라나 일본에서는 '해태'라고 하면 그것이 무엇인지 정도는 알겠지만, 서양에서 해태의 외형도 나오지 않고 해태가 무엇인지 알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일까?
아니, 원래부터 '해태'와 '물방울'이 연관성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지 않기 때문에 우리나라나 일본에서도 원작을 모르는 사람들은 감이 잡히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진모리가 빈사가 될 정도로 무리를 해서 제갈택을 한 번 쓰러뜨리고, 제갈택이 각성을 해서, 지친 진모리가 모두를 구하려고 다시 싸우려고 진정한 힘을 꺼내는 것이 원작인데 애니메이션에서는 진모리가 크게 무리하지 않았고 열쇠만 빼앗겨 제갈택은 너무나 빠르게 각성했다.
23분짜리 애니메이션에서 박일표 vs. 제갈택을 끝내고 진모리 vs. 제갈택 1차전까지 끝내는 것은 무리였겠지만, 이번 12화에 달에서 '그것'이 내려올 것이라고 기대한 나로서는 조금 아쉬웠다. 12화를 그렇게 딱 끝내고 13화를 기대하게 만들었다면 그림이 더 좋았을 텐데 아쉬웠다.
이제 남은 것은 13화뿐이다. 유종의 미를 거두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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