츄잉~ chuing~
츄잉 신고센터 | 패치노트 | 다크모드
공지&이벤트 | 건의공간 | 로고신청N | HELIX
로그인유지
회원가입  |  분실찾기  |  회원가입규칙안내
서정주 - 상리과원
미캉 | L:42/A:604
2,358/2,630
LV131 | Exp.89% | 경험치획득안내[필독]
추천 0-0 | 조회 190 | 작성일 2019-05-04 17:41:42
[서브캐릭구경OFF] [캐릭컬렉션구경OFF] [N작품구경OFF]
*서브/컬렉션 공개설정은 서브구매관리[클릭]에서 캐릭공개설정에서 결정할수 있습니다.
  [숨덕모드 설정] 숨덕모드는 게시판 최상단에 위치해 있으며 언제든 설정할 수 있습니다.

서정주 - 상리과원

꽃밭은 그 향기만으로 볼진대 한강수(漢江水)나 낙동강(洛東江) 상류와도 같은 융융(隆隆)한 흐름이다. 그러나 그 낱낱의 얼굴들로 볼진대 우리 조카딸년들이나 그 조카딸년들의 친구들의 웃음판과도 같은 굉장히 즐거운 웃음판이다.

 

세상에 이렇게도 타고난 기쁨을 찬란히 터트리는 몸뚱아리들이 또 어디 있는가. 더구나 서양에서 건너온 배나무의 어떤 것들은, 머리나 가슴패기뿐만이 아니라 배와 허리와 다리 발꿈치에까지도 이쁜 꽃숭어리들을 달았다. 멧새, 참새, 때까치, 꾀꼬리, 꾀꼬리새끼들이 조석(朝夕)으로 이 많은 기쁨을 대신 읊조리고, 수십 만 마리의 꿀벌들이 왼종일 북치고 소고치고 마짓굿 울리는 소리를 하고, 그래도 모자라는 놈은 더러 그 속에 묻혀 자기도 하는 것은 참으로 당연(當然)한 일이다.

 

우리가 이것들을 사랑하려면 어떻게 했으면 좋겠는가. 묻혀서 누워 있는 못물과 같이 저 아래 저것들을 비취고 누워서, 때로 가냘프게도 떨어져 내리는 저 어린것들의 꽃잎사귀들을 우리 몸 위에 받아라도 볼 것인가. 아니면 머언 산(山)들과 나란히 마주 서서, 이것들의 아침의 유두 분면(油頭粉面)과, 한낮의 춤과, 황혼의 어둠 속에 이것들이 잦아들어 돌아오는   아스라한 침잠(沈潛)이나 지킬 것인가.

 

하여간 이 하나도 서러울 것이 없는 것들 옆에서, 또 이것들을 서러워하는 미물(微物) 하나도 없는 곳에서, 우리는 섣불리 우리 어린것들에게 설움 같은 걸 가르치지 말 일이다. 저것들을 축복(祝福)하는 때까치의 어느 것, 비비새의 어느 것, 벌 나비의 어느 것, 또는 저것들의 꽃봉오리와 꽃숭어리의 어느 것에 대체 우리가 항용 나직이 서로 주고받는 슬픔이란 것이 깃들이어 있단 말인가.

 

 

이것들의 초밤에의 완전 귀소(完全歸巢)가 끝난 뒤, 어둠이 우리와 우리 어린것들과 산과 냇물을 까마득히 덮을 때가 되거든, 우리는 차라리 우리 어린것들에게 제일 가까운 곳의 별을 가리켜 보일 일이요, 제일 오래인 종(鐘)소리를 들릴 일이다.

 

 

 

                                            -<현대공론>(1954)-

개추
|
추천
0
반대 0
신고
    
  [숨덕모드 설정] 숨덕모드는 게시판 최상단에 위치해 있으며 언제든 설정할 수 있습니다.
의견(코멘트)을 작성하실 수 없습니다. 이유: 30일 이상 지난 게시물, 로그인을 하시면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츄잉은 가입시 개인정보를 전혀 받지 않습니다.
즐겨찾기추가   [게시판운영원칙] | [숨덕모드 설정] |   게시판경험치 : 글 15 | 댓글 2
번호| | 제목 |글쓴이 |등록일 |추천 |조회
2169 시 문학  
정현종 - 나는 별아저씨
미캉
2019-05-11 0-0 126
2168 시 문학  
고은 - 문의(文義) 마을에 가서
미캉
2019-05-11 0-0 123
2167 시 문학  
오상순 - 방랑의 마음
미캉
2019-05-05 0-0 189
2166 시 문학  
김영랑 - 누이의 마음아 나를 보아라
미캉
2019-05-05 0-0 135
2165 시 문학  
신석정 -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미캉
2019-05-05 0-0 140
2164 시 문학  
박노해 - 손무덤
미캉
2019-05-04 0-0 140
시 문학  
서정주 - 상리과원
미캉
2019-05-04 0-0 190
2162 시 문학  
김광균 - 성호부근(星湖附近)
미캉
2019-05-04 0-0 165
2161 시 문학  
무제 (Life is strange 중에서)
미캉
2019-04-23 0-0 267
2160 시 문학  
청지유정(靑芝有情) - 한하운
미캉
2019-06-29 0-0 180
2159 시 문학  
손가락 한 마디 - 한하운
미캉
2019-06-29 0-0 184
2158 시 문학  
개구리-한하운
미캉
2019-06-29 0-0 335
2157 창작  
- 1 화 – 보라 순결한 처녀가 잉태하여 아들을 낳으리니 [1]
미쩌리
2019-01-01 1-1 440
2156 창작  
서장 - 천국은 어린아이와 같은 자들의 것 [2]
미쩌리
2018-12-29 1-0 218
2155 창작  
직접 쓴 단편 소설 - 그레잇 그레잇 그레잇 개츠비. [3]
미쩌리
2018-12-01 1-0 307
2154 창작  
(소설) '괴물' 0~2장 [2]
미쩌리
2017-11-23 0-0 843
2153 창작  
"두 번째 여름, 두 번 다시 만날 수 없는 너" 책리뷰
미정계수
2017-07-15 0-0 293
2152 창작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책리뷰
미정계수
2017-07-15 0-0 294
2151 시 문학  
어머니 6 - 정한모
미소녀
2019-08-25 0-0 81
2150 시 문학  
아가의 방 - 정한모
미소녀
2019-08-25 0-0 108
2149 시 문학  
바람 속에서 - 정한모
미소녀
2019-08-25 0-0 106
2148 시 문학  
연자간 - 백석-
미소녀
2019-08-24 0-0 161
2147 시 문학  
팔원(八院) -서행 시초(西行詩抄) 3 - 백석-
미소녀
2019-08-24 0-0 162
2146 시 문학  
흰 바람벽이 있어 - 백석-
미소녀
2019-08-24 0-0 188
2145 시 문학  
너는 피를 토하는 슬픈 동무였다 - 이용악
미소녀
2019-08-18 0-0 193
      
<<
<
321
322
323
324
325
326
327
328
329
330
>
>>
enFree
공지&이벤트 | 접속문제 | 건의사항 | 로고신청 | 이미지신고 | 작품건의 | 캐릭건의 | 기타디비 | 게시판신청 | 클론신고 | 정지/패널티문의 | HELIX
Copyright CHUING Communications. All rights reserved. Mail to chuinghelp@gmail.com | 개인정보취급방침 | 게시물삭제요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