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포 : 김수영 시
폭포 : 김수영 시
폭포(瀑布)는 곧은 절벽(絶壁)을 무서운 기색도 없이 떨어진다. //
규정(規定)할 수 없는 ‘물결’이
무엇을 향(向)하여 떨어진다는 의미도 없이
계절(季節)과 주야(晝夜)를 가리지 않고
고매(高邁)한 정신(精神)처럼 쉴사이없이 떨어진다. //
금잔화(金盞花)도 인가(人家)도 보이지 않는 밤이 되면
폭포(瀑布)는 곧은 소리를 내며 떨어진다. //
곧은 소리는 소리이다.
곧은 소리는 곧은
소리를 부른다. //
번개와 같이 떨어지는 물방울은
취(醉)할 순간(瞬間)조차 마음에 주지 않고
나타(懶惰)와 안정(安定)을 뒤집어 놓은 듯이
높이도 폭도 없이
떨어진다. //
* 감상 : 이 시에서 그는 단순하고도 힘찬 언어로써 양심에 부끄러움이 없고자 하는 자세를 보여 준다. 계절과 밤낮을 가리지 않고 절벽을 곧게 떨어져 내리는 폭포의 모습, 그것은 타협없는 양심의 자세이며, 굴종이나 무기력을 용납하지 않는 투철한 정신의 기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