츄잉~ chuing~
츄잉 신고센터 | 패치노트 | 다크모드
공지&이벤트 | 건의공간 | 로고신청N | HELIX
로그인유지
회원가입  |  분실찾기  |  회원가입규칙안내
꽃에의 제언 - 최동일
순백의별 | L:60/A:585
153/1,810
LV90 | Exp.8% | 경험치획득안내[필독]
추천 0 | 조회 109 | 작성일 2020-02-22 00:10:20
[서브캐릭구경OFF] [캐릭컬렉션구경OFF] [N작품구경OFF]
*서브/컬렉션 공개설정은 서브구매관리[클릭]에서 캐릭공개설정에서 결정할수 있습니다.
  [숨덕모드 설정] 숨덕모드는 게시판 최상단에 위치해 있으며 언제든 설정할 수 있습니다.

꽃에의 제언 - 최동일

  Ⅰ
하나만의
정(淨)한 뜻을 밟아
엷은 유리창에
비치는 햇발이
사뭇
일렁이면

간지럽게 어리우는
너의 얼굴
너의 동공이
한결
빛나며
무거운 그늘을
천천히
벗어난 다음 ―
아침에
거기서 무엇을
보았느냐고
내가 물을 때
꽃이여
응답하라

'잔뜩
흰 눈 덮인 산야처럼
한결같은 세상
매양 피는 꽃들은
사철로 붉어 있고
더러
달과 냇물이
함께 흘러가더라.'

음탕한
옛 손바닥에
묻어나는 고뇌를
두루
삼키며
응결된 두 눈멍울을 들어
하늘을 보고
다시
깨어나는 바람에
조용조용히
과일이 익어 가면
꽃이
곱게 늙는다
늙어선, 꿈을 꾼다

그 주위는
너무 밝아서
이루
헤아릴 수 없는
나날들이 풀려
한 데 앉아서 피로를 털고
외따로 얽혀서
밤에, 휴식을 얻는다

휴식 속에
소곳이
회한(悔恨)이 피어난다
도란도란
이마를 마주 대고
― 이런 얘기
― 저런 얘기
메밀밭에 까토리가 숨어
잠자던 얘기로
꽃피우니
불시에
목이 메인다

  Ⅱ
얼마만한
이유가
너의 가슴 벽에
몰래 남아서
숨쉬며
나를 일깨워 주는지
알고 보니
참은
통쾌하다

또한
얼마만한 자유가
자꾸자꾸
풀잎을 흔들어
슬기로운 바람과
만나는지를
― 경이(驚異)를
눈여겨보며
그렇게
세월 따라
흉내를 내며
나도
살고 싶다

자랑처럼 쉬운
일과(日課)를
나날이 목에 걸고
어정어정 뜰에 나와
큰 봉오리
작은 봉오리
매만지며
물 속에 갈앉은
앙금이 되어
이제는 마음 아픈
그리움도 없이
몇 날을

한 마디 아니하며
그냥 살고 싶다

  Ⅲ
벌써 피인
몇 송이 꽃을 보노라면
조금은
의젓이
활기를 띠는데
지금은
꿈속에 남은 일만이
마냥
아쉬워라

풀려 난 강둑 위에
누워
혼자서 피리를 불면
그윽이 넘쳐 퍼지는
가느란 음률(音律)들의
작은
속삭임
― 그만 갈까
― 그만 갈까
귓전에는 매우
성급한 가락들이
더 가자고 더 가자고
보채는
소리
연해 들린다

그러면 우리는
아파 오는 다리를
까맣게 잊고
앉아 쉬던
새들마저 일어나
포롱
포로롱 높이
날아난다

꽃은 잠시도
쉬임없이 행진을
계속한다

아주
끝이 없는 영화(榮華)를
누리고자
머언 산
너머에까지 손짓을
보낸다

  Ⅳ
밀려오는 것들의
숨찬 호흡 속에
마구
서성이는 나의
부산한 손은
터밭골에
석 자 남짓
언 땅을 파고
어서 오늘은
꽃씨를 듬뿍
뿌려야지

외가에서 가져 온
작약이며
뒷집 담벼락 아래서 받은
해바라기 씨
아암 그리고
아랫 마을 순이네
한테서 얻어 온 철쭉이랑, 목련, 디기탈리스, 금잔화, 채송화, 붉은 꽃, 흰 꽃, 가시 돋친 꽃, 향기 좋은 꽃 ―

이 많은 것들
가운데
어느 것을 선뜻
택하여 심어야 할지
아까워서 한참
망설이는 동안
문득
시절이
바뀐다

마치
신령이 듯
눈을 감고
노상 부는 피리 소리에
개였다
찌푸렸다
하는 날씨 ―
그러다가 오늘은
훈훈한 미풍이 일어
물기 오른 수목에
연연한 새 움이 돋아
꽃들은 피어나고
꽃 속엔
나래 고운 나비가
든다

이대로
퍽으나 오랜
세월이 지나면

신나는 전설이
족히
천 년은 더
남을 꺼야

향수(鄕愁)는
꽃밭에 든 나비가 다스리고
전설은 여기 남아
오가는 이들의
얘깃거리가 되어
서로서로 다투며
미쁜 미소를 지어
너를 찬양할 테지……
― 그 때
전해다오 꽃이여
꼬옥 한 번만, 네가
겪은 일들을.

개추
|
추천
0
신고
    
  [숨덕모드 설정] 숨덕모드는 게시판 최상단에 위치해 있으며 언제든 설정할 수 있습니다.
의견(코멘트)을 작성하실 수 없습니다. 이유: 30일 이상 지난 게시물, 로그인을 하시면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츄잉은 가입시 개인정보를 전혀 받지 않습니다.
즐겨찾기추가   [게시판운영원칙] | [숨덕모드 설정] |   게시판경험치 : 글 15 | 댓글 2
번호| | 제목 |글쓴이 |등록일 |추천 |조회
2994 시 문학  
사물의 꿈 - 정현종
에리리
2019-11-11 0 111
2993 시 문학  
당신을 보았습니다 : 한용운 시
크리스
2019-10-12 0 111
2992 시 문학  
처용 - 김춘수
퍼퓨마
2019-10-01 0 111
2991 창작  
하상욱 단편시-6
검은조직
2019-10-01 0 111
2990 시 문학  
눈사람 여관 - 이병률
깜짝이야
2019-09-22 0 111
2989 시 문학  
별 헤는 밤 - 윤동주
사쿠야
2019-09-22 0 111
2988 시 문학  
불길 - 유진오
에리리
2019-09-10 0 111
2987 시 문학  
십자가 - 윤동주
사쿠야
2019-09-08 0 111
2986 시 문학  
건망증-이해인
멜트릴리스
2019-08-10 0 111
2985 시 문학  
이해인-고추를 찧으며
멜트릴리스
2019-06-02 0 111
2984 시 문학  
눈이 내리느니 - 김동환
에리리
2019-06-02 0 111
2983 시 문학  
겨울길을 간다-이해인
멜트릴리스
2019-05-26 0 111
2982 시 문학  
낙화
smothy
2019-02-09 0 111
2981 시 문학  
서덕준-섬
黑수저
2018-09-27 0 111
2980 시 문학  
네 눈망울에서는 - 신석정
사쿠야
2020-06-17 0 111
2979 시 문학  
정희경의 <스프링클러>
유희나
2020-06-11 0 111
2978 시 문학  
아름다운 고백 - 유진하
사쿠야
2020-06-11 0 111
2977 시 문학  
정호승-수선화에게
김무제
2018-09-11 0 111
2976 시 문학  
설날 아침에 - 김종길
크리스
2021-07-12 0 110
2975 시 문학  
빈 산 - 김지하
크리스
2021-06-14 0 110
2974 시 문학  
상리과원 - 서정주
에리리
2021-05-26 0 110
2973 시 문학  
물 빠진 연못 - 황지우
크리스
2021-05-12 0 110
2972 시 문학  
離騷에 눕다 2 - 이기철
크리스
2021-04-30 0 110
2971 시 문학  
마샬군도의 하느님 - 김진경
크리스
2021-04-30 0 110
2970 시 문학  
눈물 - 한용운
크리스
2021-04-12 0 110
      
<<
<
291
292
293
294
295
296
297
298
299
300
>
>>
enFree
공지&이벤트 | 접속문제 | 건의사항 | 로고신청 | 이미지신고 | 작품건의 | 캐릭건의 | 기타디비 | 게시판신청 | 클론신고 | 정지/패널티문의 | HELIX
Copyright CHUING Communications. All rights reserved. Mail to chuinghelp@gmail.com | 개인정보취급방침 | 게시물삭제요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