첩박명(妾薄命) - 이곡
生不識人面 (생불식인면) 평생에 다른 사람 얼굴 아는 이 없어
長年在深屋 (장년재심옥) 오랜 세월 깊은 방에 있었지요
一爲色所誤 (일위색소오) 한 번 내 신세가 잘못되어서
返遭珉欺玉 (반조민기옥) 옥돌을 옥인 줄 알고 속았지요
憎愛古無常 (증애고무상) 미움도 사랑도 부질없어라
朝恩慕乃疎 (조은모내소) 아침엔 좋다더니 저녘엔 멀리하네
泣泣詠秋扇 (읍읍영추선) 서글피 가을 부채 같은 신세를 탄식하며
望絶登君車 (망절등군차) 님의 수레 타는 것 단념했지요
金牀爲誰拂 (금상위수불) 누굴 위해 좋은 침대 먼지를 털리오
繡被久已收 (수피구이수) 비단 이불 넣어둔 지 오래 되었다오
奎空寒月落 (규공한월락) 님 없는 쓸쓸한 방에 달마저 지고
但見螢火流 (단견형화류) 다만 날아가는 반딧불만 바라본다오
沈憂暫成夢 (심우잠성몽) 근심에 겨워 잠시 꿈을 꾸면서
依稀鬪百草 (의희투백초) 어슴푸레 풀 싸움도 해 보았지요
世無相如才 (세무상여재) 세상에 사마상여 같은 재주 없거니
誰令復舊好 (수령복구호) 뉘라서 옛사랑을 되찾아 주리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