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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행시 - 김영랑
사쿠야 | L:97/A:61
2,296/6,0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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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0-0 | 조회 102 | 작성일 2020-07-03 00:0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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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행시 - 김영랑

1

임 두시고 가는 길의 애끈한 마음이여

한숨쉬면 꺼질 듯한 조매로운 꿈길이여

이 밤은 캄캄한 어느 뉘 시골인가

이슬같이 고인 눈물을 손끝으로 깨치나니

 

2

풀 위에 맺어지는 이슬을 본다.

눈썹에 아롱지는 눈물을 본다

풀 위엔 정기가 꿈같이 오르고

가슴은 간곡히 입을 벌린다

 

3

좁은 길가에 무덤이 하나

이슬에 젖이우며 밤을 새인다

나는 사라져 저 별이 되오리

뫼 아래 누워서 희미한 별을

 

4

저녁 때 저녁 때 외로운 마음

붙잡지 못하여 걸어다님을

누구라 불러 주신 바람이기로

눈물을 눈물을 빼앗아 가오

 

5

무너진 성터에 바람이 세나니

가을은 쓸쓸한만 뿐이구려

희끗희끗 산국화 나부끼면서

가을은 애닯다 속삭이느뇨

 

6

뵈지도 않는 입김의 가는 실마리

새파란 하늘 끝에 오름과 같이

대숲의 마음 기여 찾으려

삶은 오로지 바늘 끝까지

 

7

푸른 향물 흘러버린 언덕 위에

내 마음 하루살이 나래로다

보실보실 가을눈(眼) 이 그 나래를 치며

허공의 속삭임을 들으라 한다.

 

8

허리띠 매는 시악시 마음실 같이

꽃가지에 은은한 그늘이 지면

흰 날의 내 가슴 아지랭이 낀다.

개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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