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겨울 풍경 - 박금숙
연한 햇살이
죽은 꽃나무를 감싼다
곱고 화려한 무리들의
한바탕 축제가 끝난 거리는
이별에 대한
사소한 소문만 술렁일 뿐,
새들도 소란스럽지 않아
얕은 잠에 취하고 싶은 나무들
순록의 뿔 같은 가지를 치켜들고
부스럼이나 털고 있다
어지럼증 앓던 건물들도
이제 감추고 싶은 이력들을
하나 둘 밀어 닫아
빛바랜 콘크리트 외벽에
마른버짐 피어오를 것 같다
바람의 수위 간간 높아져
사람들 저마다
피안彼岸의 길을 걷듯
한 발짝씩 빨라진 발걸음,
돌아본 시간 너머엔
어느새 산 하나 담채화로 주저앉고
옷깃마다 첫눈 같은 속살 일어
수염 까칠한 들판 어디쯤
하얀 발자국
다가오는 소리 들린다.